'본심(心) 잡고 선발출격' 컵대회 6골 1도움과 정규리그 해트트릭. 2005년 FC 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공격수 박주영(20)이 K리그에서 두 달여동안 일궈낸 눈부신 성적표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중국의 수비수 4명을 따돌리는 신기(神技)의 드리블로 전국민적 축구스타로 발돋움한 박주영은 이제 청소년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뿐 아니라 성인대표팀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성인대표팀 명단에 4번째 이름을 올렸던 박주영이지만 그동안 그라운드에 나선 적이 없어 이번 발탁을 놓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우려는 박주영이 올시즌 K리그 데뷔 이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득점랭킹 상위권을 지켜나가면서 '기대'로 바뀌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역시 지난 24일 시작된 소집훈련부터 박주영에게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전담시키면서 소리없는 믿음을 전해줬다. 본프레레 감독이 건네준 기회를 박주영은 놓치지 않았고, '대선배' 설기현(울버햄프턴)의 공백을 메워줄 재목으로 당당히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박주영은 지난 26일 경희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왼쪽 공격수로 나서 1골 1도움의 활약을 펼친 뒤 28일 경희대와 치른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도 골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박주영은 30일 원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자체 연습경기에 주전팀의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확보해 안정환의 득점에 도움을 주면서 본프레레 감독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말그대로 '본심'을 거머쥔 것. '본심'뿐 아니라 청소년대표팀을 이끄는 박성화 감독의 '박심'까지 거머쥔 박주영은 6월 9일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곧장 세계청소년(U-20)선수권대회가 치러지는 네덜란드로 김진규(이와타)와 함께 출발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이어 유럽대륙을 넘나드는 초인적인 일정이지만 한국축구의 기대주에게는 고행이 아닌 자신의 발전을 위한 '성지순례'나 다름이 없다. 박주영은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가진 것을 모두 보여줘서 월드컵 본선티켓 확보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수줍은 각오를 밝혔다. 그는 특히 "주전경쟁 보다는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려는 마음으로 왔다"며 "장시간 여행을 해야하는 만큼 몸관리를 철저히하고 잠시라도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능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