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부근 22m 지점은 안정환(요코하마), 김두현(수원), 박주영(FC서울), 25m 이상 장거리는 김진규(주빌로 이와타).' '죽음의 원정'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에 한창 매진하고 있는 본프레레호의 '키커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키커들이 속속 합류한데다 새로 들어온 박주영까지 가세해 누구를 전담 키커로 쓸 지 본프레레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된 대표팀 오전 훈련에서 안정환, 김두현, 박주영은 사람 모양의 나무판으로 만든 인공벽을 9.15m 앞에 세워놓고 프리킥으로 골문을 조준했다. '리틀 칸' 김영광(전남)과 김용대(부산)가 바꿔가며 골문을 지켰고 키커 3인방의 슛은 가끔 그물을 세차게 흔들었다. 박주영은 초반 나무판을 계속 맞히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 하더니 막판에는 커브를 그리는 예리한 킥으로 네트를 갈랐다. 지난 18일 K리그 광주 상무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할 때 보여준 환상적인 프리킥 솜씨를 본프레레 감독 앞에서 뽐냈다. 한참 뒤에 서 있던 김진규도 이에 질세라 커브없이 골문을 직접 겨냥하는 캐넌 슛으로 슈팅력을 과시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오늘 프리킥, 코너킥, 페널티킥 훈련을 다 하려 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하지 못했다. 내일 훈련에서 의도적으로 코너킥, 페널티킥 상황을 만들어 키커를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그러나 '어느 위치에 어떤 선수를 키커로 점찍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를 들어 왼쪽 코너킥은 누가, 오른쪽은 누가 찬다고 하면 그 순간 선발 라인업이 정해지는 것 아니냐. 아직 경기가 1주일 남았는데 우리 팀의 선발 라인업 정보가 우즈베키스탄 쪽에 유출되게 할 수는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프리킥은 훈련을 한다고 해서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습때 10번을 다 성공시킨 선수도 경기 당일 컨디션이 나쁘면 키커로 내세우지 못할 수도 있다. 순간의 집중력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을 다녀오는 바람에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꾀돌이 미드필더' 김두현은 "프리킥은 경기에 대비해 신중하게, 또 집중에 집중을 더해서 차고 있다. 내 위치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프리킥이기 때문이다"면서 '전담키커 후보'다운 각오를 다졌다. 김두현은 "감독님이 사이드에서 프리킥을 찰 때 골문 쪽으로 강하고 빠르게 붙여서 올려 상대 골키퍼의 시야가 가리도록 하라고 주문을 하셨다"고 말했다. 김두현은 김남일(수원)의 부상으로 대신 박지성(에인트호벤)과 중원 듀오를 이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지성이 형은 편안한 선배다. 워낙 잘 하니까 내가 잘 맞춰주는 게 문제다. 내가 수비형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본프레레 감독은 31일 출국에 앞서 30일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종합적인 공수 조직력 담금질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격전술 훈련에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못봤을지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수비조직력을 많이 다졌다. 하지만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종합적으로 조직력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