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 시즌 첫 우승이 아쉽게 무산됐다.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로셀의 와이카길골프장(파71.6천16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사이베이스클래식(총상금 125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장정(25), 박희정(25.CJ)이 폴라 크리머(미국)에 1타 뒤진 공동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븐파 71타를 친 박희정과 4언더파 67타를 뿜어낸 장정은 연장전 진출이 유력했으나 18번홀(파5)에서 5m 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크리머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사흘 동안 선두를 달렸던 김초롱(21)은 2오버파 73타로 부진, 최종 합계 4언더파 280타로 4위에 그쳤고 1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주미(21.하이마트)도 2타를 잃으며 합계 3언더파 281타로 공동5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김미현(28.KTF)이 7위(2언더파 282타), 강수연(29.삼성전자)이 공동8위(1언더파 283타)를 차지하는 등 '톱10'에 6명이나 이름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밖에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공동11위(이븐파 284타)에 올랐고 박지은(26.나이키골프)이 공동13위(1오버파 285타), 김영(25.신세계)이 공동13위(2오버파 286타)에 입상, 모처럼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단독 선두 김초롱에 김주미, 박희정이 1타차 공동2위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최종 라운드였다. 더구나 경기 중반 김초롱, 김주미, 박희정, 장정 등 4명의 한국 선수가 공동선두를 달려 지난해 10월 CJ나인브릿지클래식 이후 맥이 끊겼던 LPGA 한국 선수 챔피언 탄생 가능성은 어느 대회보다 높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치열하게 전개되던 우승 경쟁은 대회 72번째홀인 18번홀에 집중력 싸움에서 갈렸다. 장정이 18번홀을 버디로 장식, 공동선두로 경기를 끝낸 뒤 18번홀 티박스에 올라선 크리머와 박희정은 나란히 러프에서 세번째샷으로 그린을 공략했다. 먼저 친 박희정의 샷은 쩗게 떨어져 핀과는 10m 거리. 이어 25야드를 남기고 친 크리머의 어프로치도 버디가 쉽지 않은 거리에 떨어졌다. 하지만 크리머의 버디 퍼트는 홀 끝에 걸리는 듯 싶더니 야속하게도 그대로 컵 속으로 사라졌다. 1타차 선두로 나선 크리머를 잡아낼 선수는 바로 뒷조에서 경기를 치르던 김초롱 뿐이었으나 김초롱은 이미 2타차로 뒤처져 이글이 아니면 연장 승부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 김초롱은 두번째샷을 벙커에 빠트렸고 핀을 직접 노린 세번째샷은 1.5m 앞에서 멈췄고 크리머의 우승이 확정됐다. 2003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지난해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LPGA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크리머는 데뷔 이후 9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아 '미국산 스타 탄생'을 고대하던 미국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작년부터 미국 언론이 위성미(16.미셸 위)와 함께 '미국 여자골프의 희망'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스타 만들기'에 열중했던 크리머는 프로 데뷔 이후 8개 대회에서 3위 한차례를 포함해 2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가능성을 보인 끝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또 크리머는 18년8개월17일의 나이로 우승, 말린 해기가 1952년에 세웠던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약 6개월 앞당기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크리머는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 레이스에서 1위를 질주, 2002년 베스 바우어 이후 3년만에 미국인 신인왕 탄생을 예고했다. 한편 크리머는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27일부터 열리는 코닝클래식은 불참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