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 23일(한국시간)부터 내달 5일까지 파리 롤랑가로에서 열전에 돌입한다. 하드코트와는 다른 특성 때문에 `강호들의 무덤'이 돼 왔던 프랑스오픈의 올해 가장 큰 관심사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롤랑가로 정복과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 여부. 한국 테니스의 남녀 간판 이형택과 조윤정(이상 삼성증권)이 본선에 직행해 출전하고, 주니어부에서 차세대 에이스 김선용(양명고)도 올해초 윔블던오픈 준우승의 한을 풀고 우승컵을 품으려고 출사표를 던졌다. 결승전 18경기 연승을 달리고 있는 페더러가 이번에 우승하면 현역으로는 앤드리 애거시(미국) 다음으로 4개 그랜드슬램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두번째 선수가 된다. 잔디코트인 윔블던오픈 2회, 하드코트인 호주오픈과 US오픈을 한차례씩 정복한 페더러는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클레이는 약하다.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14회) 기록을 지닌 `원조 황제' 피트 샘프라스(미국)도 프랑스오픈은 우승없이 은퇴했다. 페더러는 지난 99년과 2002년, 2003년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고 2001년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최근 클레이코트인 함부르크오픈에서 보란듯이 우승하며 적응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하다. 19세의 나이로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 이후 `클레이코트의 황제' 칭호를 받고 있는 스페인 마요르카 출신의 왼손잡이 라파엘 나달이 가장 큰 장애물. 전문가들은 페더러의 상대가 세계 최고의 강서버 앤디 로딕(미국)이나, 호주오픈 결승에서 페더러를 무릎 꿇게 했던 마라트 사핀(러시아)이 아니라 나달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달은 올 시즌 마스터스시리즈 몬테카를로와 로마대회를 연속 우승하는 등 클레이코트에서 5개의 타이틀을 휩쓸며 순식간에 세계 랭킹 톱10에 진입했다. 지난달초 하드코트인 나스닥오픈 결승에서 나달과 접전 끝에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가 3-2로 신승을 거둔 페더러는 나달을 `경계대상 1호'로 꼽고 있다. 나달과 동갑내기이자 홈무대의 장점을 지닌 프랑스의 기대주 리차드 가스켓도 페더러의 발목을 잡을 만한 변수. 가스켓은 지난달 몬테카를로대회 8강에서 페더러를 격파하기도 했다. 여자부는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의 랭킹 1위 도전이 주목을 끈다.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주부 여왕' 린제이 대븐포트(미국)를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샤라포바도 클레이코트에는 취약점이 있어 선전 여부는 미지수다. 또 `돌아온 랭킹 1위' 쥐스틴 에넹(벨기에)이 올 시즌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2003년 우승 이후 3년만에 프랑스오픈 우승컵에 도전한다. 주니어부에서 세계랭킹 2위인 김선용의 최대 적수는 랭킹 1위인 미국의 `샛별' 도널드 영이다. 영은 최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대회에 와일드카드를 받아 잇따라 출전하며 유명 선수와 실전 경험을 쌓아 김선용이 맞붙는다면 다소 불리하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발휘한다면 훌륭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