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수원벌에서 별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무대의 주인공은 K-리그 챔피언 수원 삼성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 FC. 한국 최고의 스타 사령탑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과 유럽축구에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의 첼시가 20일 오후 7시 '빅버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1천억원대의 거액을 지원하기로 한 첼시의 공식 스폰서 삼성전자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친선경기는 챔피언 대 챔피언의 대결에다 처음 방한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핵'은 빠졌지만 전원이 대표급= 18일 입국한 첼시 선수단의 면면을 보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프랭크 람파드, 존 테리(이상 잉글랜드),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마테야 케즈만(세르비아몬테네그로), 아르옌 로벤(네덜란드), 아이더 구드욘센(아이슬란드) 등 핵심 선수들이 아쉽게도 빠져있다. 5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격전을 치른 뒤 갖는 친선경기라 베스트 전력을 한국투어에 동원하기는 힘들었던 팀 사정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무리뉴 감독은 입국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지난 7경기를 치르면서 강행군을 해온 탓에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팀의 핵이 빠졌지만 다른 선수들의 면면도 결코 만만히 볼 수는 없다. 페트르 체흐(23)는 유로2004에서 철벽방어로 체코의 4강 신화를 이끈 유럽 최고 수준의 수문장으로 수원의 맏형 이운재와 거미손 대결을 펼친다. 2002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아일랜드대표팀의 일원으로 스페인과 대적했던 데미안 더프(26)는 탱크같은 단단한 체구와 강력한 파워에서 뿜어져 나오는 돌파와 크로스가 일품인 레프트 윙포워드. 17살에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잉글랜드 축구의 기대주 조 콜(24)도 월드컵 멤버 출신으로 화려한 드리블과 피딩 능력을 겸비한 창의적인 플레이로 잉글랜드의 전국구 스타다. '레블뢰' 프랑스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클로드 마켈렐레(32)는 프리메라리가 초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가 그의 이적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허리 라인의 중추. 이밖에 러시아대표로 A매치 47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알렉세이 스메르틴(30), 전차군단 독일대표팀의 신성 로버트 후트(21), '불굴의 사자' 카메룬의 검은 전사 제레미 은지탑(27), 포르투갈의 테크니션 티아고(24) 등 대부분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대표팀 출전 경력을 쌓은 스타급이다. ◆수원 '바르셀로나도 꺾었는데..'= 수원은 지난해 7월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명문 FC바르셀로나를 안방에 불러들여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용병 우르모브의 캐넌슛 한방으로 1-0 패배를 안기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는 호나우디뉴, 헨리크 라르손 등 특급스타들이 즐비했지만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는 전략으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2003년 부산 아이파크(당시 아이콘스)가 송종국의 소속팀 페예노르트(네덜란드)를 4-1로 대파한 데 이어 유럽 명문클럽 격파의 기세를 이어간 것. 수원은 18일 부산 아이파크와 치를 예정이던 K-리그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도 6월5일로 미루고 첼시전에 대비하고 있다. 나드손, 안효연, 김대의, 김동현 등 두터운 공격진과 '꾀돌이' 김두현이 휘젓는 미드필더진, 크로아티아 용병 나토와 곽희주가 버티고 선 수비진은 아시아 최강 라인업으로 첼시도 쉽게 대적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첼시는 19일 오후에 비공개 훈련을 갖고 한국의 기후와 그라운드 컨디션에 적응하기로 해 친선전이지만 양팀 모두 준비 태세는 예사롭지 않다. ◆블루 VS 블루= 공교롭게도 수원과 첼시의 팀 컬러는 같은 '블루'. 올해로 창단 100주년을 맞은 첼시는 1905년 런던을 연고로 창단돼 1995년 처음 리그 정상을 밟은 뒤 70-80년대에는 암흑기를 걸었다. 재정난에다 급격한 성적 하락으로 한때 1부와 2부리그를 오가는 수모를 당해야 했고 프리미어리그 정상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날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야만 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강팀의 면모를 회복한 다음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로 입성하면서 엄청난 재원을 투자, 알짜선수들을 싹쓸이해오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사령탑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일약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도약했고 올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려 반세기 만에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첼시는 특히 두터운 선수층으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완벽한 '더블 스쿼드(이중 라인업)' 체제를 갖춘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