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집단 무기력증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올들어 전경기 출전권자가 무려 26명에 이를만큼 LPGA 투어의 '주류'로 성장한 '한국군단'이지만 8개 대회를 마치고 중반기에 접어든 이달까지 우승 소식은 없다. 해마다 7승 이상은 올렸던 한국 선수들은 이제 우승은 커녕 '톱10' 입상조차 대회당 서너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 올해 한국선수들이 거둔 최고 성적은 한희원(27.휠라코리아),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 강수연(28.삼성전자), 김초롱(21) 등이 각각 1차례씩 차지한 3위. 8개 대회에서 4차례 3위를 합작했지만 문제는 우승을 다투다 아쉽게 물러선 3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4차례 3위 뿐 아니라 20여차례의 '톱10' 입상은 모두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대회 때마다 우승을 다투던 예전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같은 집단 무기력증의 첫번째 원인은 리더 실종이다. 최다승 보유자인 박세리(28.CJ)가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있는데다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해내야 할 박지은(26.나이키골프)도 허리 부상의 후유증 탓인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통산 5승의 김미현(28.KTF) 역시 체력의 한계를 좀체 벗어던지지 못해 승수 추가에 애태우고 있고 안정된 스윙으로 3승을 올린 한희원(27.휠라코리아)도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 우승 경험이 있거나 우승권에 자주 근접했던 중견 그룹인 박희정(25.CJ),안시현(21.코오롱엘로드), 장정(25), 김영(25.신세계), 이정연(26) 등도 올들어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군단의 '젊은 피' 김초롱(21), 전설안(24.하이마트), 김주미(21.하이마트), 임성아(21.MU), 조아람(20.니켄트), 조령아(21), 이미나(24), 손세희(20) 등도 박세리와 김미현, 박지은이 투어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의 패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한마디로 앞에서 끌어주는 리더가 실종된데다 뒤를 받쳐주는 중견 그룹도 힘을 쓰지 못하고 신인의 패기마저 사라진 꼴이다. 이 때문에 사상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낭자군은 올 시즌을 우승없이 보내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을 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안시현 등 줄줄이 배출해온 신인왕마저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조령아(2위), 임성아(3위), 김주미(5위), 손세희(9위), 조아람(10위)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2위 조령아의 신인왕 랭킹 포인트가 폴라 크리머(미국)에 더블스코어 차이로 뒤져 있어 역전이 쉽지 않다. 이같은 한국 선수들의 집단 무기력증은 더위가 시작되는 내달 장기화의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여름철 투어 대회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여온 한국 선수들이 6∼8월에 우승 물꼬를 트지 않는다면 자칫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 골프팬들은 기온 상승과 함께 한국 낭자군이 침체에서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