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 FC서울이 오는 5월 11일 시작되는 청소년(U-20)축구대표팀의 합숙훈련을 놓고 선수차출 규정에 대한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축구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5월 3일 프로연맹 이사회 자리에서 다시 한번 선수차출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절충할 예정이지만 지난 25일 청소년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이 "소집이후에 K리그 정규리그 개막전 1경기 외에는 다시 풀어줄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뒤 다시 살얼음판 정국이 되고 말았다. 축구협회와 프로구단들이 선수차출 문제로 의견충돌을 빚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무한정 선수차출'의 뼈아픔을 맛 본 프로구단들의 반발이 거세자 축구협회는 2002년말 소집규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개정 이전에는 국제대회면 예선과 본선에 상관없이 무조건 30일전 소집을 원칙으로 했지만 대회의 경중을 가려 세분화해 소집 날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바꿨다. 그러나 새로 바뀐 규정 역시 국제대회 본선 개막 14일전 소집을 규정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보다 2배 이상 많은 30일전 소집이어서 여전히 프로구단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박주영,김승용,백지훈(이상 FC서울) 등 청소년대표팀의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FC 서울이 5월 11일 시작되는 청소년대표팀 소집훈련을 앞두고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 결국 차출논란은 FIFA의 규정이 우선인지 자국 축구협회 규정이 앞서는 건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정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FIFA의 규정을 준수하는 게 옳기는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 FIFA 규정을 일방적으로 따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대세다. 월드컵 이후 프로구단 선수들이 잇따라 해외진출에 성공했지만 2002한일월드컵 4강의 후광을 크게 받았다는 것. 결국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한 게 해외진출의 첫 단추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만약 K리그에서만 활약했을 때 해외진출이 쉽게 이뤄졌을 것이냐는 해석이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9월 FIFA에 선수차출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e-메일을 통해 "자국 축구협회의 규정이 우선이다"는 내용의 해답을 얻었지만 공식문서로 온 게 아니라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표팀 차출로 많은 피해를 경험했던 프로구단들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상황이다. FC 서울로서도 올시즌 '박주영 효과'를 통해 팀분위기와 홍보효과를 크게 보고 있는 가운데 박주영과 김승용,백지훈의 청소년대표팀 차출로 인해 최근의 상승세가 떨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축구는 아직 긴 소집훈련이 필요하다'는 신중론과 'FIFA규정은 모든 축구협회와 클럽에 강제성을 가진다'는 FIFA 규정 사이에서 축구협회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