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든데...' 2000년대 한국프로야구의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현대 유니콘스가 올 시즌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현대는 26일 벌어진 롯데와의 경기에서 6-7로 패해 8승11패1무로 기아와 공동 7위로 추락했다. 지난 96년 태평양을 인수한 뒤 4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현대가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것은 97년5월5일 이후 무려 8년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2003년과 200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현대의 초반 몰락은 올 시즌 8개 구단의 급격한 전력평준화 속에도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외형적으로 현대 부진의 원인은 주전들의 이탈이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했던 심정수와 박진만은 거액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했고 용병 거포였던 클리프 브룸바는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로 떠났다. 그럼에도 현대는 27일 현재 팀 타율이 0.281로 두산(0.286)과 롯데(0.282)에 이어 3위에 올라 있고 팀홈런은 25개로 한화(29개)에 이어 2위다. 문제는 타선의 응집력이다. 현대의 팀 잔루는 156개로 SK(167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즉, 주자가 있는 찬스에서 점수를 뽑아줄 해결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팀 방어율 5.65로 최하위에 처진 현대 마운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신인왕 오재영이 허리 부상으로 빠져있고 고참 정민태는 어깨 물혹, 특급 중간허리인 신철인과 마일영, 이상열은 `병풍'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수왕국'이란 명성은 온데 간데 없이 5인 선발로테이션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전 마무리 조용준은 아직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는 다르게 불안한 모습을 연일 노출하고 있다. 게대가 야수들은 가장 많은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투수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주전들의 대거 이탈로 전력이 급격히 약화된 현대의 올 시즌 부진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아직 시즌 초반이고 1위와의 승차가 3게임밖에 나지 않는다"며 "5월 들어 오재영과 정민태 등이 가세하면 전력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