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2:50
수정2006.04.02 22:52
'스커드미사일' 후인정(31.현대캐피탈)이 4년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 채비를 마쳤다.
후인정은 18일 대한배구협회가 오는 6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6월17~19일.카자흐스탄)을 앞두고 발표한 남자 대표팀 예비 엔트리 18명 가운데 30대 노장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 온 같은 포지션(라이트)의 동갑내기 김세진(삼성화재), '갈색폭격기' 신진식(30.삼성화재), 김상우(32.삼성화재) 등이 모두 태극마크를 반납한 상황에서 홀로 4년의 세월을 거슬러오른 것.
나중에 6명이 떨어져나가는 예비 엔트리라 아직 확실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후인정의 대표팀 발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후인정은 프로배구 원년인 올 시즌 특유의 호쾌한 스파이크를 앞세워 공격성공률과 오픈공격, 시간차공격 등 공격 3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후배 박철우와 번갈아 라이트를 맡기 때문에 득점에서는 선두 이경수(473점.LG화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03점으로 9위에 올라있지만 2위보다 무려 3% 이상 높은 54.55%에 달하는 공격 성공률이 보여주듯이 정확히 내리꽂히는 강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후인정의 활약에 힘입어 만년 2위 현대캐피탈도 올 시즌 '무적함대' 삼성화재와 4번 맞붙어 2번이나 승리를 챙기는 파란을 연출하며 정규리그 1위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후인정이 이처럼 예전의 '게으른 천재' 이미지를 탈피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무엇보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조련에 힘입은 바 크다.
훈련시에는 주전과 후보가 따로 없다는 원칙을 세우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강도높은 훈련을 요구한 김호철 감독 아래에서 후인정은 야간훈련까지 소화하며 솔선수범했고, 그 결과는 올 시즌 눈에 띄는 집중력과 체력 강화로 이어졌다.
또 체력과 집중력이 강화된 만큼 부상없이 제 기량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
라이트에서 호시탐탐 주전자리를 노리고 있는 '무서운 아이' 박철우(20)의 등장도 후인정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제2의 장윤창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철우이기 때문에 자칫 긴장감을 늦출 경우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지리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후인정은 코트에서 한층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입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후인정은 "오랜만에 태극 마크를 단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최고참이라는 점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만약 최종 명단에 들어간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후배들과 손발을 맞춰 침체에 빠진 한국 배구의 중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