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전에 삼성, SK와 함께 3강으로 기대를 모았던 프로야구 기아의 초반 부진이 심각하다. 기아는 14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상대 선발 배영수의 호투에 밀린 타선 침묵으로 3-4로 패해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기아는 이로써 지난 8일 두산전 0-1 패배 이후 무려 일주일 동안 승리를 맛보지 못한 채 시즌 3승6패, 4할에 못미치는 저조한 승률로 LG, 한화와 함께 사실상 꼴찌인 공동 6위로 주저앉았다. 올 시즌 투타의 조화가 돋보이는 기아를 호화군단 삼성을 능가하는 강팀으로 꼽은 야구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초반 부진은 충격적인 수준. 기아는 현재 팀 방어율(5.35)과 팀 타율(0.260)에서 모두 5위에 머물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이 투타 양면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특히 타선의 집중력 부족과 믿을 만한 마무리 부재가 고스란히 패배로 이어지고 있다. 타선에서는 선두타자 이종범(타율 0.306)과 심재학(타율 0.407)은 그나마 제몫을 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중심타자인 마해영(타율 0.250)과 장성호(0.243) 등의 방망이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두 자릿 수 타점을 올린 선수가 없는 것에서도 엿보이듯이 해결사 부재에다 타선의 집중력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던 리오스는 이 때문에 올 시즌 3번 등판, 승수 없이 3전 전패를 기록하는 불운을 떠안기도.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던 신인 포수 송산이 팔꿈치 부상으로 2~3주 가량 결장이 불가피 한 것도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용운이 지키고 있는 뒷문이 미덥지 못한 것도 초반 부진의 원인. 신용운은 삼성과의 홈 3연전 첫날인 지난 12일 9회초 김한수에게 역전 2루타를 맞아 팀 승리를 날리는 등 4게임에 나와 1패, 2세이브, 방어율 4.50으로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아는 이에 따라 체중 조절 실패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시즌을 2군에서 시작한 김진우가 복귀하면 선발 대신 마무리를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아로서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현재 성적으로보다 역대 전적으로 보나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LG를 홈으로 불러들여 주말 3연전을 치른다는 점.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기아가 LG를 제물삼아 다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우승 후보다운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