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에이스' 정민철(한화)이 1년6개월16일만에 감격의 승리를 따내며 올 시즌 부활을 예고했다. 정민철은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5이닝을 6안타 2실점으로 막으며 지난 2003년9월27일 두산전 이후 처음으로 승리 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정민철은 이날 승리로 투수진의 부상과 부진에 걱정이 태산이던 김인식 감독을 크게 안심시켰다. 한화는 송진우를 제외한 문동환, 안영명 등의 선발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마무리 권준헌이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비상시국. 정민철은 올 시즌을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채 맞이했다. 지난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6패(방어율 7.67)만을 안으며 체면을 구긴 상황이라 부활이 절박했다. 연봉에서도 지난해 3억5천만원에서 1억원(29%)이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002년 프로야구 연봉 4억원 시대를 열며 일본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 지난 9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8년간 두자리 승수를 거두고 99년에는 18승을 올린 위용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 훈련과 일본 돗토리현 자율 훈련 등에 참가하며 마음을 다진 정민철은 전지훈련지에서도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 재기를 다짐했다. 그러나 정민철은 정규리그 첫 등판에서 고개를 떨구며 지난해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홈런 두 개를 얻어맞고 6안타 4실점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 정민철은 12일 경기에서도 롯데의 선발이 에이스 손민한이어서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1, 2회에 한점씩 내주는 불안한 출발. 악몽이 계속되는 듯 했으나 3회부터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힘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노련한 피칭으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정민철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2km에 불과했으나 변화구 위주로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잡아나갔다. 김인식 감독은 정민철의 투구에 대해 "투수코치가 지난해 보다 좀 나아졌다는 평가를 했고 어제 잘 던졌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팔이 아프지만 않는다면 계속 선발 투수로 기용하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이 나올 지 지켜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