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성품과 합리적 지도 스타일로 프로야구의대표적인 '지장'으로 통하는 조범현 SK 감독이 이적생 박재홍 끌어안기에 나섰다. 제법 많은 양의 봄비로 기아와의 2차전이 취소된 6일 문학구장. 일찌감치 더그아웃에 나온 조범현 감독은 타격 연습을 끝낸 팀의 중심타자 박재홍이 미안한 표정이 역력한 기색으로 차마 감독과 눈을 맞추지 못하자 박재홍을 한쪽으로 따로 불렀다. 박재홍은 5일 2002년 개장이래 첫 만원 사례를 기록한 시즌 첫 홈경기에서 절호의 찬스를 2번이나 날린 기억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터. 당시 3회 2사 만루의 찬스에서 기아 선발 마이클 존슨의 구위에 눌려 삼진으로돌아선 박재홍은 팀이 4-6으로 따라붙은 7회말 무사 1,2루의 천금같은 기회를 다시잡았다. 박재홍은 구름 관중 앞에서 화끈한 이적 신고와 옛팀 기아에 대한 한풀이를 동시에 꿈꾸며 힘껏 방망이를 돌렸으나, 3루 베이스쪽으로 날아간 총알같은 타구는 기아의 바뀐 3루수 홍현우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고, 공은 곧바로 2루, 1루로 연결되는 거짓말 같은 삼중살 플레이가 펼쳐졌다. 시즌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청천벽력 같은 삼중살 플레이의 희생양이 된 박재홍은 이날 결국 팀이 더이상의 추격에 실패하고 경기에서 패해자 자책감으로 얼굴을들 수 없었던 것. 이런 마음을 헤아린 조범현 감독은 전날의 플레이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배팅 연습은 어땠냐 등등을 물어보다가 "다음 찬스 때는 하나 쳐라"라고 무심한 듯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조범현 감독은 전날에도 비록 삼중살로 끝나고 말았지만 7회 박재홍 타석 때 갓이적한 중심타자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사용하던 번트 작전도 삼가고강공 지시를 내렸었다고. 조 감독은 "가득 들어찬 홈팬들 앞에서 감독인들 왜 승리를 바라지 않았겠냐"면서 "다만 박재홍도 당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텐데 또 한번 탓해 중심타자의 기를 꺾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어 "어제 경기를 통해 박재홍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새 팀에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크나큰 미안함으로 어떤 면에서는 비로소 SK의진정한 일원이 됐다고 할 수 있는 박재홍이 감독의 따뜻한 믿음에 어떻게 부응할 지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