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향한 의욕은 넘쳤지만 출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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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와 메이저리그 진입의 꿈을 안고 미국프로야구 스프링캠프를 힘차게 시작했던 한국인 선수 9명의 올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명예 회복을 노리는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와 풀타임 1루수를 노리는 `빅초이' 최희섭(26.LA 다저스) 등 2명만 확실하게 빅리거 입지를 굳혔다.

반면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행을 감행한 구대성(35.뉴욕 메츠)과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는 김병현(26.보스턴 레드삭스)은 아직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재활 피칭을 해왔던 봉중근(25.신시내티 레즈)은 마이너리그행이유력하고 서재응(28.뉴욕 메츠)과 김선우(28.워싱턴 내셔널스), 시애틀 매리너스 투.타의 `유망주' 백차승(25)과 추신수(23)도 마이너리거에서 와신상담하며 후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4선발 확정에도 불안한 박찬호

4월9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 올해 정규시즌 첫 스타트를 끊는 박찬호는 팀의 제4선발로 확정됐다.

에이스 케니 로저스와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라얀 드리스, 3선발 크리스 영에이어 4번째로 밀렸지만 경쟁자였던 페드로 아스타시오를 5선발로 밀어낸 건 그나마다행스럽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공의 위력이 떨어진 게 문제. 지난 15일 LA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 때는 4이닝 무실점 쾌투로 지난해(4승7패, 방어율 5.46) 부진을 씻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25일 캔자스시티전과 30일 샌디에이고전에선 각각 5이닝 동안 4실점과 6실점의 부진에 고개를 숙였다.

위력투를 다시 선보이며 벅 쇼월터 감독과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화려한 부활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심기일전해야 한다.

▲거포 능력 시험받는 최희섭

시범경기 초반 방망이가 달아오르던 방망이가 주춤하고 있지만 시원한 홈런포를쏘아올리며 짜릿한 손맛을 찾으며 부진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타순이 고정되지 않은 채 6, 7번과 테이블세터인 2번을 오가다 하위타선의 끝자리인 8번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던 최희섭은 30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시위라도 하듯 시범경기 2호 1점홈런을 터뜨리는 장타력을 뽐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217(46타수 10안타)과 3타점, 8득점으로 거포들의 단골 포지션인 1루의 붙박이 성적표로는 미흡하지만 폴 데포데스타 단장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컨디션을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끌어올리고 있어 큰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3루수 계약을 하고 시범경기에 초청돼 3할대에 육박하는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른 일본인 타자 나카무라 노리히로와 오른손 대타요원 올메도 사엔즈가 호시탐탐 1루를 넘보고 있어 안심할 순 없다.

한번 되찾은 손맛을 살려 장타를 날리며 타격감을 높여야 짐 트레이시 감독의확실한 눈도장을 받으며 올 시즌 풀타임 출장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 불투명한 김병현

시즌 개막이 코 앞에 닥쳤지만 트레이드 소문이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몸담았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가 홈구장인 콜로라도 로키스가 트레이드 대상팀으로 거론된다.

지난 2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시범경기 첫 세이브를 올리며 6경기에서 방어율 4.70을 기록, 만족할 만한 구위는 아니지만 지난해 부진(2승1패, 방어율 6.23)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건 위안을 삼을 만하다.

보스턴이 최근 왼손 구원투수 마이크 마이어스를 영입, 입지가 좁아진 김병현은이적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빅리그.마이너 기로에 선 구대성

메츠의 좌완 셋업맨 한 자리를 노리는 구대성은 계속된 호투로 일단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만에 하나 마이너리그행도 배제할 수 없다.

시범 6경기에서 2세이브, 1패(방어율 3.09)를 기록하며 구위가 안정을 찾고 있어 마이크 매튜스와의 막판 경쟁에서 이긴다면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

많은 나이에도 투구수 100개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고무팔과 등 뒤에서 숨었다나오는 독특한 투구폼, 두둑한 배짱, 상대 타자 심리를 읽는 두뇌 피칭, 정교한 제구력이 뒷받침된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아메리칸드림 실현의 강력한 무기. 낯설었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고 있어 남은 기간 호투를 이어간다면 팀 불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부상에 발목 잡힌 봉중근

지난 시즌 후 왼쪽 어깨 수술 후 시범경기에선 재활피칭에 전념, 실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2∼3차례의 불펜 피칭에선 재활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A 루이스빌 배츠에서 시즌을 시작할 공산이 높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수업을 쌓으며 선발진의 부상 공백이 생기거나 후반기 40인로스터 확대 때 빅리그 복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재도약 노리는 마이너 4인방

서재응과 김선우, 백차승, 추신수 등 4명은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고 눈물 젖은빵을 먹으며 메이저리거로 승격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선발 공백을 메우는 5.5선발을 노리던 서재응은 시범 3경기에서 방어율 8.00의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로 내려갔다.

역시 선발진의 비상대기조 역할을 기대했던 김선우도 시범 3경기에서 방어율 3.38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지만 결국 트리플A 뉴올리언스 제퍼스로 배치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발승을 신고했던 백차승과 시범경기에서 1홈런등 타율 0.350의 고감도 타격감을 뽐냈던 추신수도 치열한 경쟁 관문을 뚫지 못하고마이너리거로 강등, 8월말 로스터가 40명으로 늘어날 때 빅리그 합류를 노린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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