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멀티맨' 유상철(울산)이 중원에서 공수 조율을 책임지고 '아우토반'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전방 측면 돌파의 특명을 받았다. 한국축구의 사활이 걸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결전이 30일 오후 8시 '월드컵의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본프레레호 태극전사들은 "우즈베키스탄에 또 진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펼치는 결전에서 '같은 실수의 반복'은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본프레레 감독과 선수들을휩싸고 있다.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전술 실패와 무기력한 플레이로 여론의 뭇매를맞은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중앙수비수 유상철을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는 김남일(수원) 대신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는 전술 변형을 통해 '비장의 카드'를꺼내들었다. 유상철이 미드필더로 뛰는 것은 지난해 7-8월 올림픽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수비형 미드필더로 잠깐 선을 보인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특히 성인대표팀에서는 최근 중원에서 발을 맞춰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프레레감독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건 도박인 셈이다. 본프레레호는 28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유상철에게 주전조 조끼를 입혀 박지성(에인트호벤)과 발을 맞추게 했다. 유상철은 감독의 보직 변경에 화답하듯 연습경기에서 헤딩골을 터뜨려 녹슬지않은 공격 솜씨를 자랑했다. 유상철은 A매치 120경기 출전에 18골을 작렬한 멀티 플레이어. '98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 동점골과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전 추가골에서 보여줬듯이 최전방 공격수부터 미드필더, 중앙수비수까지 골키퍼를 빼고 소화하지 못하는 포지션이 없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드러났듯이 체력과 스피드에서 예전같지 않다는점이 본프레레 감독의 고민 거리다. 본프레레 감독은 정상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박지성을 중원의 붙박이로 놓고 유상철을 일단 선발로 내보낸 뒤 '조커 카드'로 김두현(수원), 김정우(울산), 김상식(성남) 등 다양한 조합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톱 공격진에는 왼쪽 설기현(울버햄프턴), 중앙 이동국(포항)이 그대로 나오고 오른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부진했던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대신 레드카드 출전정지 징계에서 '자유의 몸'이 된 차두리를 예상대로 낙점했다. 차두리는 "내가 들어간다고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차두리가 들어가서 빠른 스피드로 오른쪽측면을 흔들어주면 그 쪽이 아니라 오히려 왼쪽이나 중앙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차두리 효과'로 설기현, 이동국의 플레이까지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섞인관측이다. 그러나 만일 선발 공격진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경우 정경호(광주)를 왼쪽에,이천수를 오른쪽에 투입하고 조재진(시미즈), 남궁도(전북)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활용하는 '대기조 카드'도 준비 중이다. '담맘 쇼크'를 몰고온 수비 조직력의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냈던 스리백 라인에는 유상철이 미드필더로 올라간 대신 유경렬(울산)이 중앙수비의 중책을 맡는다. 스리백 왼쪽에는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박재홍을 빼고 '박성화호 수비의핵' 김진규(이와타)가 포진했고 오른쪽에는 박동혁(전북)이 진을 쳤다. 좌우측 미드필더에는 김동진(서울), 이영표(에인트호벤)가 변함없이 나올 전망이다. 이에 맞서는 우즈베키스탄은 29일 오후 공식훈련에 들어가기 때문에 베스트 11이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 그러나 26일 쿠웨이트전 선발 라인업을 토대로 볼 때 투톱에는 알렉산데르 게인리크와 블라디미르 시셸로프가 출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웨이트전에서 만회골을 터뜨린 게인리크는 슈팅력, 돌파력, 제공권을 겸비한우즈베키스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본프레레호 수비진의 경계 대상 0순위. 가공할 킥력을 갖고 있는 왼발잡이 게임메이커 미르잘랄 카시모프의 한방도 조심해야 하고 안드레이 아코피안츠, 일다르 마그데에프의 측면 돌파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위르겐 게데 감독은 3-5-2를 기본 포메이션으로 3-4-1-2 등의변형을 꾀했지만 한국을 맞아 포백으로의 전환 등 전술을 확 바꾸는 깜짝 카드를 들고 나올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