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여!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 일본프로야구 진출 2년째인 올 시즌 정규리그 시험대인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이승엽(29.롯데 마린스)은 요즘 이런 주문이라도 외우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지금까지 시범 5경기 성적은 홈런과 타점없이 타율 0.071(14타수 1안타). 지난달 28일 가고시마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외야 펜스와 부딪혀 목과 왼쪽 엄지손가락을 접질려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하다 첫 출장한 지난 8일 세이부 라이온스전에서 시원한 2루타를 날린 뒤 11일 라쿠텐 이글스전 이후 이어진 5경기 연속 무안타 행진이다. 지난 시즌 후쿠우라 가즈야와의 1루수 주전경쟁에 밀려 좌익수로 변신한 이승엽에겐 올 시즌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외야에는 지난해 팀내 최고의 화력을 뽐냈던 베니 아그베아니(지난해 35홈런 등타율 0.315, 100타점)와 매트 프랑코(16홈런 등 타율 0.278, 65타점)에 이어 메이저리그 경력의 발렌티노 파스쿠치가 가세했다. 또 오무라 사부로와 이노우에 지윤, 하루 도시오 등 내국인 선수들과의 경쟁도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총 100경기에서 14홈런 등 타율 0.240(333타수 80안타), 50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던 이승엽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으로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눈도장을 받아야 주전 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찰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외야에만 4명의 용병 타자가 포진해 실력을 인정받은 왼손 전천후 투수 댄세라피니가 등판하는 날에는 용병 1군 엔트리 보유한도(4명)를 초과, 한명은 뛸 수없기 때문에 이런 부진이 계속된다면 이승엽은 2군행을 피할 수 없다. 잠재적 경쟁자인 파스쿠치가 타율 0.192의 무거운 방망이를 돌리는 게 다소 위안이 되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만큼 지난 겨울 70여일간의 국내 체류 기간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높이고 전성기 시절 타격폼을 되찾은 이승엽이이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아직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승엽이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다시 발휘하며 한국을 대표했던 슬러거의 자존심을 회복하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