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26.LA 다저스)이 올시즌 사실상 예약한 붙박이 1루수 자리는 안전지대인가.' 메이저리그 3년째를 맞는 최희섭이 지난 해 7월31일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옮겨온 뒤 풀타임 출장이 예상되는 다저스에서 주전 1루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최희섭의 1루 무혈입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폴 데포데스타 단장은 "우리는 아직 최희섭의 진가를 보지 못했다"며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짐 트레이시 감독마저 "어떤 성적을 내느냐는 최희섭 본인에게 달려 있지만 원한다면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며 왼손타자최희섭이 다저스의 주전 1루수임을 인정했다. 시카고 컵스와 플로리다 말린스와 다저스로 이적했던 지난해 후반기 `플래툰시스템(상대 투수에 따라 좌타자와 우타자가 번갈아 출장하는 것)'에 희생돼 `반쪽 1루수' 설움을 겪었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 숀 그린의 이적으로 걸림돌이 사라진 최희섭으로선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부동의 1루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모든 게 최희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1루수 자리를 견고하게 지킬 수있을 지는 정규시즌을 앞둔 첫 시험대인 시범경기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최희섭이 한국 체류기간 3개월 가까이 구슬땀을 쏟으며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삐걱하는 날에는 플래툰시스템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다저스 이적 수 31경기에서 홈런없이 타율 0.161, 6타점에 그치며 시즌 16홈런 등 타율 0.251, 46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던 최희섭이 주전 1루수수성을 위한 비밀병기는 한결 날카로워진 방망이. 최희섭은 뛰어난 선구안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높은 출루율(지난해 0.370)을 기록했지만 한방을 노리는 큰 스윙으로 삼진(96개)을 많이 당하는 등 좌완투수와 변화구 공략에 약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플로리다 시절의 빠르고 정교한 `레벨스윙'으로 회귀하며 홈런보다 직선타구를 많이 날리겠다는 의지와 함께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6번 타순에서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출루율 못지 않게 타율과 타점을 끌어올려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게 최희섭의 생각. 최희섭이 소망처럼 승승장구한다면 주전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지지만 다시 왼손투수에 치명적인 약점을 보인다면 베테랑 2루수 제프 켄트에게 1루를 내주며 또 한번 플래툰시스템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또 오른손 대타요원 올메도 사엔즈가 호시탐탐 1루 자리를 넘보고 있고 호세 발렌틴의 3루 백업요원인 안토니오 페레스와 일본인 마이너리그 타자 나카무라 노리히로도 도미노식 이동에 따른 1루 입성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최희섭이 특유의 장타력과 빨랫줄같은 타구를 펑펑 날리며 잠재적 경쟁자들의추격을 뿌리치고 다저스의 공인 1루수로 우뚝 서기를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베로비치=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