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군단' 현대캐피탈이 '무적함대' 삼성화재를 물리치는 파란을 연출하며 프로배구 원년리그 개막전을 짜릿한 대역전극으로 장식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KT&G 2005 V-리그' 남자부 개막전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강력한 파워와 높이를 바탕으로 내리 3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과시하며 풀세트 혈투 끝에삼성화재를 3-2(21-25 21-25 25-19 25-21 15-11)로 제압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6천800여 배구 팬의 뜨거운 열기 속에 화려한 막을 올린 프로배구의 첫 화두는 '역전'이었다. 이어 열린 여자부 개막전에서도 현대건설이 먼저 두 세트를 빼앗긴 뒤 3세트를 따라잡는 풀세트 역전 승부로 한국도로공사를 3-2(20-25 19-25 25-20 25-13 19-17)로 누르고 '현대 남매 동반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3월28일 V투어 2004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이후 10개월23일만에 삼성화재를 꺾는 코트의 이변을 연출했다. 현대캐피탈이 높이와 파워에서 앞선다고 하지만 특유의 조직력과 관록으로 겨울배구리그 8연패의 금자탑을 쌓아온 삼성화재를 큰 경기에서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는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각본없는 드라마처럼 코트를 휘저으며 역전쇼를 펼친 현대캐피탈 고공 스파이커들의 투혼이 빛난 한판이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베테랑 신진식, 김상우를 베스트 6에 포진시켜 라인없을 짰고 김호철 감독은 대표팀 센터 이선규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윤봉우, 신경수로 고공 방어막을 쳤다. 기선은 삼성화재가 먼저 잡았다. 삼성화재는 첫 세트 10-10에서 이형두(18점)의 직선 스파이크와 신선호(10점)의서브 에이스로 내리 5점을 따내 15-10으로 앞섰고 현대캐피탈은 추격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첫 세트를 따낸 삼성화재는 2세트에서도 에이스 장병철(25점)의 고공 강타가 불을 뿜고 15-14 승부처에서 이형두가 강서브를 코트에 꽂아 세트스코어 2-0으로 내달았다.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던 현대캐피탈은 3세트부터 블로킹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서만 무려 10개의 블로킹을 따내며 장병철, 이형두, 신진식(16점)의 공격을 차단, 한세트를 만회하며 추격의 물꼬를 텄고 4세트 19-19에서장영기(19점)의 블로킹과 후인정(21점.블로킹 4개)의 오른쪽 스파이크로 세트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현대캐피탈은 파이널 세트 5-4에서 센터 신경수(16점)와 장영기가이형두의 공격을 두 번 연속 블로킹으로 막아내고 12-9에서 이날의 히어로 후인정이신진식이 때린 회심의 스파이크를 막아내 승기를 잡았다. 삼성화재는 5세트 막판 벤치에 앉아있던 김세진(2점)까지 투입해 반전을 노렸으나 현대 송인석(17점)의 마지막 레프트 공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여자부 개막전에서 겨울리그 6연패에 도전하는 현대건설은 처음 도입된 2점짜리백어택을 5개나 터뜨린 도로공사 라이트 주포 박미경(26점)을 잡지 못해 1, 2세트를힘없이 내줬다. 현대건설은 그러나 3세트부터 부상을 딛고 돌아온 한유미(18점)와 겁없는 신인이진희(13점), 주포 정대영(23점), 윤혜숙(15점)의 공격이 힘을 내면서 3, 4세트를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세트에서 현대건설은 14-14에서 계속 한점씩 먼저 빼앗겨 살얼음판을 걸었지만 17-17에서 정대영의 블로킹과 도로공사의 실책을 묶어 힘겨운 승부를 마무리했다. ◆20일 전적 △남자부 현대캐피탈(1승) 3-2 삼성화재(1패) △여자부 현대건설(1승) 3-2 도로공사(1패)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