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상무)의 빛나는 골감각이 한국의 독일행 첫 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이동국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24분 감각적인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쿠웨이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해 7월 중국에서 펼쳐졌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2골을 퍼부었던 이동국은 이날 또다시 쿠웨이트의 골대에 결승골을 작렬시키면서 '쿠웨이트 킬러'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동국은 지난해 12월 독일과의 평가전 이후 올해 1월 치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에서 치른 평가전 3경기와 지난 4일 이집트 평가전까지 4경기째 골침묵을 지켜왔지만 이날 '부활포'를 터트려 본프레레호의 '믿음직한 전사'로서의 면모를재확인했다. 특히 이동국은 지난해 7월 바레인 평가전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이란(이상 아시안컵) 등 레바논전(월드컵예선)을 제외한 4차례 중동전에서 5골을 퍼부어 '중동 해결사'로서의 입지도 확실히 했다. 이날 스리톱의 꼭지점으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전반 초반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의 밀착방어를 받으며 좀처럼 골찬스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해결사답게 단 한번의 찬스를 '이동국표' 순발력으로 골로 연결시키는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전반 24분 김남일이 상대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가볍게 페널티영역으로 볼을올려준 게 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공중에 뜨자 이동국은 감각적인 왼발 논스톱 슈팅을 날렸다. 이동국의 발끝을 떠난 볼은 쿠웨이트의 왼쪽 골대 안쪽으로 맞고 골네트로 빨려들며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자 자신의 A매치 18번째 골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터트렸던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기막힌 골이었다. 이날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터진 이동국의 골은 그동안 평가전에서 터트린 골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이동국은 2년여간의 절치부심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꿈에 그리던 월드컵 본선무대를 향해 한걸음 전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어서다. 더욱이 코엘류호와 본프레레호를 거치면서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을 벗고 공격은 물론 상대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며 부동의 스트라이커로서의입지도 차근차근 쌓아나가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이동국은 "독일전에서 넣었던 골을 다시는 못 넣을줄 알았는 데 어려운 동작에서 다시 한번 넣을 수 있어서 기뻤다"며 "훈련했던 만큼 결과가 나와 남은 5경기에서도 전승으로 본선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특히 "감독님이 경기전에 '너의 날이 되도록 해봐라'고 조언을 해준 게 큰 힘이 됐다"며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비디오 분석을 통해 잘못했던 점을 고쳐나가겠다"고 겸손을 잃지 않았다. '골은 역시 넣어본 선수만이 넣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이동국의 동물적인 골감각이 앞으로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동안 계속될 수 있을 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rn90@ynm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