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한국인 선수끼리 우승경쟁을 펼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연출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7천216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FBR오픈(총상금 520만달러)에 나란히 출전한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과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6일(이하 한국시간) 치른 대회 3라운드에서 2위와 3위에 올라 7일 최종 라운드에서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전날 필 미켈슨(미국)과 공동선두에 나섰던 나상욱은 이날 1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중간합계 10언더파 203타로 당당히 2위에 올랐고 최경주는 5언더파 66타를 때려 중갑합계 9언더파 204타로 공동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날 5타를 줄여 14언더파 199타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간 미켈슨에 4타 뒤진 나상욱과 5타차 최경주는 7일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 배치돼 세계 골프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슈퍼스타 미켈슨을 상대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나상욱이 PGA 투어에 합류하면서 'PGA 투어 복수 선수 시대'를 맞은 한국 골프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의 투어 대회 챔피언조 동반 플레이를 경험하게됐다. 이날 미켈슨과 함께 경기를 치른 나상욱은 갤러리들의 야유와 '대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오는 부담감에 발목을 잡혀 아쉬움을 남겼다. 14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미켈슨과 공동선두를 달리던 나상욱은 15번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물에 빠트린 뒤 네번째 샷을 홀에 붙였으나 짧은 파퍼트를 넣지 못했고 이어진 16번홀(파3)에서는 이번 대회 들어 첫 3퍼트가 나오면서 뒤처지고 말았다. 3라운드 경기는 PGA 투어 사상 최다인 16만5천168명의 갤러리가 입장한 가운데이들 대다수가 애리조나주립대학 출신인 미켈슨을 향해 "마스터스 챔프!", "A-S-U(애리조나주립대학의 약자)"라고 외치며 일방적으로 응원해 최연소 PGA 멤버인 나상욱의 기를 죽였다. 일부 갤러리는 미켈슨과 동반플레이를 펼친 나상욱을 향해 "샤나나나, 이봐 잘가(Sha-na-na-na, hey, hey, goodbye)"라며 야유를 보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에 나상욱은 "엄청난 관중들이 미켈슨에게 몰렸다. 그런 것 때문에 약간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고 특히 마지막 2홀에서 영향을 미쳤었다"고 말했다. 나상욱은 그러나 "마지막 퍼트를 넣어 챔피언조에 남아 매우 기쁘다. 4타 뒤져있지만 내일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역전 우승에 대한자신감을 보였다. 나상욱이 다소 주춤한 반면 퍼팅 감각을 되찾은 최경주는 뚜렷한 상승세를 탔다. 평균 302야드에 이르는 장타를 터뜨리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 93%와 그린 적중률 72%의 정교한 샷을 뽐낸 최경주는 이틀째 퍼팅까지 안정되면서 보기없이 5개의버디를 솎아냈다. 전날 대회 코스 레코드(60타) 타이 기록을 세운 미켈슨은 16번홀 보기 위기를넘긴 뒤 17, 18번홀 연속 버디로 단숨에 단독선두로 올라서 열광적인 응원으로 악명높은 이 지역 팬들을 한결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해리슨 프레이저, 케니 페리, 스티브 플레시(이상 미국) 등이 최경주와 함께 공동3위에 올랐고 2001년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을 세웠던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와데이비드 톰스(미국)이 8언더파 205타로 공동7위를 달렸다. 비제이 싱(피지)은 5언더파 66타를 쳤지만 1, 2라운드 부진 탓에 미켈슨과 10타차 공동23위(4언더파 209타)에 머물러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