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듭니다.내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천하의 정선민(30.천안 국민은행)이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부동의 간판이자 연봉퀸 정선민은 올 시즌 들어 그 명성에 걸맞지않은 성적에 연일 고개를 떨구고 있다.

정선민은 부상과 체력 저하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팀도 4일 현재 6개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들까지 모두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던 정선민은 올 시즌들어 경기당 평균득점에서 5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미들슛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기는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는등 예전의 파워 넘치던 골밑 플레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경기장을 찾은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정선민의 찡그린 표정을 보면서 `천하의 정선민도 결국 이렇게 되는가'라는 등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정선민은 오른 발목 연골이 크게 훼손돼 지난해 올림픽을 포기하고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통증이 남아있다.

정선민은 "지금 상태로는 뛰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출전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수비에 능한 홍정애, 슈터 김경희 등 베테랑 선수들이 시즌 개막 직전 인천 금호생명으로 트레이드된 탓에 정선민이 공수양면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이적생 곽주영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팀에서 플레이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회복을 위해 잠시도 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대했던 외국인 가드 니키 티즐리마저 `빅리거'라는 명함을 내밀고 독단적인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어 정선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정선민은 국내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다 지난 2003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시애틀 스톰에서 뛰면서 한국 최초로 농구 빅리그에서 뛴 선수. 정선민은 "미국에서는 각오했던 부분이라 성질이 달랐지만 국내에서는 잘한다는인정도 많이 받고 팬들의 기대도 많은 터라 바보가 되는 듯한 내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도 나이이고 고질적인 부상도 있기 때문에 정선민이 예전의 화려한 기량을되찾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다수. 정선민은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한목표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조용히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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