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실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에이전트가 나선 게 무산 이유지만 결국 실력 때문에 구단이 잡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 진출 뜻을 접고 지난해까지 뛰었던 삼성 복귀를 결정한 자유계약선수(FA)투수 임창용(29)의 메이저리그와 일본행 무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선동열(42) 삼성감독은 18일 짧막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답변했다. 지난 2002년 시즌이 끝나고 해외 진출 자격을 얻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임창용은 턱없이 낮은 입찰액(65만달러) 때문에 뜻을 접었으나 올해는 이적료 부담이 없는 FA로 풀려 미국 또는 일본행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지난해 11월20일 원 소속팀 삼성과 우선협상 기간이 끝난 뒤 일본과 메이저리그구단들의 러브콜도 있었던 게 사실. 일본 신생팀 라쿠텐 이글스는 3년간 6억엔(60억원)을 제안했고 미국의 보스턴레드삭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40인 로스터가 보장되는 조건으로 각각 5년간 총900만달러와 1년간 140만달러를 베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에이전트를 통한 몸값 올리기로 뜸을 들였고 결국 용병 보유분을 채운 라쿠텐은 협상을 포기했고 재일동포 사업가 손정의씨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전 다이에 호크스)도 입단설이 쑥 들어갔다. 미국 역시 보스턴의 조건이 다년 계약이 보장되지 않은 데다 사이닝보너스도 25만달러에 불과하다며 거절했던 임창용은 막판까지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애틀랜타도기대 이하의 몸값을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야구인생을 향한 도전 정신의 실종이 해외 진출 포기의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미국 구단들이 한국 야구를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 정도로 저평가하며 임창용에게 거액의 베팅을 하지 않은 것도 메이저리그행 좌절의 또 다른 이유. 국내 여건도 삼성을 제외하곤 여의치 않았다. 특히 지난해 연봉 5억원을 받은 임창용이 이적시 몸값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보상금 22억5천만원(연봉의 450%)은 다른 구단들의 발목을 잡았고 복잡한 사생활과길들이기 어려운 선수라는 낙인도 임창용 영입의 걸림돌이었다. 삼성도 지난해 구원왕(36세이브)에 올랐음에도 포스트시즌 소방수로서 확실한믿음을 주지 못했던 임창용에게 4년간 60억∼70억 수준의 거액을 투자하는 게 부담이 됐던 게 사실. 하지만 당초 임창용을 전력에서 제외했던 선동열 감독은 지난 시즌에 이어 `투수왕국'을 만들기 위해선 배영수와 권오준, 권혁 등 수제자와 용병투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고 연봉을 백지위임하면서까지 고개를 숙인 임창용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선 감독은 "좋은 선수를 마다할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이름이 아닌 실력을 가진 임창용을 보여달라고 했고 창용이도 캠프 때 러닝과 피칭을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며 결국 `돌아온 탕아'를 거둔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