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군 생활은 저에게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습니다."


지난 19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독일의 축구 친선경기에서 그림같은 발리슛을 선보이며 본프레레호의 황태자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한 이동국(25.광주 상무)이 군 생활의 마지막 무대를 아쉽게 접었다.


이동국은 21일 경남 창원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진 2004하나은행 FA컵 축구선수권8강 부천 SK전에서 후반 12분 교체멤버로 들어와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도 골맛을 보지는 못했고 팀은 0-2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의 강훈으로 검게 그을린 모습의 이동국은 이날 비록 승리를 일구지는 못했지만 날카로운 프리킥과 감각적인 짧은 패스를 선보이는 등 군인으로 뛰는 마지막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경기 종료 후 30여명의 팬들에게 자신의 등번호(20번)가 새겨진 상의를 벗어던지며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화답한 이동국은 팬들에게 진한 웃음을 지으며 `우승'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벗어던졌다.


회고해 보면 그에게 있어 군생활은 특별했다.


2002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후 축구를 잊고 지내며 술로 대표팀 탈락의 불운을 매일매일 달래야 했던 그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은 군입대를 하고 부터.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대표팀 선발과는 관계없이 묵묵히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이동국은 대표팀에 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방황했던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와신상담을 한 그는 결국 새로 부임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 밑에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10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팀의 황태자로 등극, `신' 이동국 시대를 열고 있다.


이동국은 "군대에 있으면서 성실함이라는 큰 자산을 얻은 것 같다.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 진 듯 하다"며 "군에서 배웠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고 내년시즌에는 반드시 포항에 우승컵을 안기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상에 많이 시달렸는데 새로운 감독 밑에서는 이상하게 부상 한번 당하지 않는 것 같다"는 그는 `볼에 대한 집착', `패스위주의 경기', 결정적 찬스를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을 강조하는 본프레레 감독의 말을 비교적 잘 따른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히며 감독과의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그는 특히 "본프레레 감독이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하며 "서로 경쟁을 하면서 강한팀을 만들어 월드컵 최종예선을 뚫고 독일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이 극찬한 발리슛에 대해서는 "골대는 움직이지 않고 항상 거기에 있다.

내 위치를 파악한 후 슈팅을 했다.

감이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독 중동팀에 강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료들이 찬스를 만들어 주어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겸손히 말하며 "내년 초에 있는 미국 전지훈련을 디딤돌로 삼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반드시 통과해 2006년 본선 무대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생활에 대해 "한 때 최정상에 올랐었지만 2002 월드컵 엔트리 탈락 후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제 군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도전하겠다"고 힘차게 각오를 다졌다.


(창원=연합뉴스) 송광호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