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어찌됐건 공식대회에서 첫 승을 올려 말할 수 없이 기뻐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고 여자야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여자야구팀 `비밀리에'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안향미(23.여) 감독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일본 사회인야구팀 `애틀랜타 96'과의 경기에서 14-11승리를 거둔 뒤 감격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창단된 뒤 공식대회 첫 승인데다 일본과의 친선경기승리여서 기쁨은 두배였기 때문. 그 동안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힘들게 팀을 운영하며 한강둔치 등 야구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을 전전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했던 지난 8개월의 고생이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또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제4회 여자야구 월드컵시리즈에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출전해 일본에 0-53, 5회 콜드게임패하고 캐나다에 0-27, 홍콩에 6-16으로 참패했던 아픈 기억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자야구 국제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건 월드컵시리즈 당시개최지였던 일본 우오즈시야구협회가 `비밀리에'를 눈여겨 보고 안 감독에게 친선경기를 제의하면서. 직장인과 대학생, 태권도 사범, 전직 축구선수,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비밀리에는 주말에만 시간을 내 훈련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잠실구장 사용비 100여만원도 부산에 사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이날 경기는 일본팀 선수 부족으로 2명을 빌려주고 한국팀도 지난 6월 창단된 `빈(彬)' 선수와 섞은 혼합팀이어서 국가 대항전 성격은 약해졌다. 또 대형 전광판에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졌지만 관중은 가족과 친지 등 20여명에불과했고 후보 선수 중 한명이 선수 이름을 호명하는 장내 아나운서까지 대신했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무색케 하 듯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투지는 대단했고몸을 던져 수비하는 허슬플레이도 심심찮게 연출됐다. 1회초 일본팀 공격 때 몸이 풀리지 않은 한국팀 선수들은 4점을 먼저 내줬지만공수교대 후 타자일순하며 순식간에 5-4로 뒤집었고 시소게임을 이어가는 공방전 끝에 결국 3점차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지난 99년 대통령배대회 때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덕수정보고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안향미 감독은 "좋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운동하는 게 꿈이다. 친선경기였지만 이겨서 기쁘고 세계대회 1승을 목표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