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의 3박자를 두루 갖춘 막강 전력과 풍부한 우승 경험, 김재박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 현대가 2년 연속, 통산 4번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8개 구단 중 가장 짜임새 있는 투.타의 조화와 지난해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들의 건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김재박 감독의 작전야구가 밑바탕이 됐다. 올해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이어진 삼성과의 선두 쟁탈전을 승리로 장식하며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현대는 팀 타율 1위(0.275)의 화끈한 공격력이 한국시리즈 2연패의 가장 큰 원동력. 정규시즌 날카로운 창을 앞세워 타격.출루율.장타율 등 공격 3개 부문 타이틀을차지한 용병 슬러거 클리프 브룸바가 심정수, 이숭용과 최강의 중심타선을 구축했고클린업트리오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투수진 공략의 중심에 섰다.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지만 브룸바는 개막전 선제 솔로포로 6-2 승리에 기여했고 심정수도 1승2무1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4차전 때 3점홈런 등 4타점을 올리는클러치히터다운 면모로 승부의 물꼬를 현대쪽으로 틀었다. 또 공격의 포문을 열며 톱타자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송지만과 2번 타순으로 옮겨 보내기 번트와 뛰어난 주루 플레이로 김재박식 야구의 첨병 역할을 한 전준호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 `투수왕국'답게 삼성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마운드도 한국시리즈 우승에디딤돌을 놨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 4, 7차전을 책임졌던 최고 몸값(연봉 7억4천만원) 정민태가 2차전과 7차전 선발로 나서 뭇매를 맞으며 조기 강판 수모를 당했지만 용병 에이스 마이크 피어리와 김수경, 오재영이 선발 공백을 잘 메웠다. 정규리그 다승 4위(16승) 피어리는 1차전 6이닝 2실점 호투로 기선 제압에 기여했고 어깨 회전근 근육 통증이 생긴 4차전에서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 삼성 토종 에이스 배영수의 `10이닝 노히트노런'의 완벽투에도 0-0 무승부의 발판이 됐다. 또 정규시즌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김수경(11승)과 오재영(10승)도 1차례씩 선발 중책을 맡아 빼어난 호투로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특히 무엇보다 현대에는 뒷문을 걸어잠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막강 불펜진이 있었다. 송신영, 이상열, 신철인이 버틴 중간계투진은 선발진의 뒤를 받쳤고 정규시즌구원왕(36세이브)을 임창용(삼성)에게 내줬던 철벽 마무리 조용준(34세이브)도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세이브와 10⅓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정규시즌 팀 최소 실책(78개)을 주도했던 민완 유격수 박진만도 안정감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으며 내야 라인을 지휘했고 병역 비리에 연루돼 빠진 주전3루수 정성훈 대신 핫코너를 맡은 브룸바도 대과없이 역할을 소화해냈다. 지난 시즌 후 박진만과 환상적인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2루수 박종호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삼성으로 옮겼을 뿐 빠른 발로 올해 도루왕(53개)에 오른 전준호와 지난해 우승과 함께 포수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은 노장 김동수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와 함께 98년과 2000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통산 3차례 우승 경험이 갖고 있는베테랑 선수들과 `우승 청부사' 김응용(63) 삼성 감독과의 불꽃튀는 지략 대결에서밀리지 않은 김재박(50) 감독의 용병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라운드 여우'로 불리는 지장(智將) 김재박 감독은 호쾌함은 떨어지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번트 작전과 전근표, 강병식, 김일경 등 백업요원을 적시에 투입하는 뛰어난 용병술로 전력을 극대화시켜 지난 96년 사령탑 취임 후 4번째 우승 기쁨을 누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