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2차례의 무승부로 장기전이 된 가운데 에이스 활용 방안이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현대와 삼성은 웬만한 투수가 등판하면 불붙은 타격전을 펼치지만 양팀 에이스인 마이크 피어리와 배영수가 선발 출장할 경우 팽팽한 투수전으로 승부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때문에 양팀이 4차전까지 1승2무1패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잠실구장에서 벌어질예정인 5∼9차전은 피어리와 배영수의 3번째 맞대결 결과에 따라 양팀의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높다. 양팀 에이스가 7차전에서 3번째 선발 대결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현재로선 누가더 낫다고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정규시즌 성적은 17승2패, 방어율 2.61을 기록했던 배영수가 16승6패, 방어율 3.32의 피어리보다 근소한 우위를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선 피어리가 1차전을 승리로장식했다. 물론 배영수는 재대결을 벌인 4차전에서 10이닝을 무안타로 틀어막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지만 문제는 다음 등판에서의 활약 여부다. 4차전에서 10이닝을 혼자 던진 배영수는 투구수 116개를 기록했고 피어리는 6이닝동안 77개의 볼만 던진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어리의 조기 강판은 7차전을 대비하기 위한 수순. 배영수의 투구 수도 문제가 될 만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규시즌과 달리 4일만에 등판하는 한국시리즈는 경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선발투수의 체력소모는평소의 2배가 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선동열 삼성 코치는 4차전 경기 후반 수 차례 배영수 교체를 고심했지만 대기록을 이어가다 보니 쉽사리 뺄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과 선동열 코치는 올 해와 비슷한 상황을 지난 93년에 이미경험했었다. 93년 10월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해태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선동열과당시 신인 박충식의 불꽃튀는 투수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 15회 2-2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내용면에선 7⅓이닝동안 3안타 1실점하고 물러난 선동열보다 15이닝을 7안타 2실점으로 완투한 박충식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혼자 15이닝 동안 무려 181개의 공을 뿌린 박충식은 이후 게임에선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해태는 4차전까지 1승1무2패로 뒤진 채 서울로 장소를 옮겼지만 잠실구장에서열린 6, 7차전에서 선동열이 연속 구원승을 올려 역전 우승컵을 차지한 반면 삼성의박충식은 우승이 결정된 7차전에서 5회도 버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 한국시리즈에서도 배영수가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던지느냐가 최대 관건이될 전망이다. 배영수가 11년전 팀 선배인 박충식의 전철을 밟을 지, 삼성 마운드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