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에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지도자로의 변신. 현역선수 시절이던 지난 80-90년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선동열(41) 삼성 수석코치가 지도자로 맞는 첫 포스트시즌 시험 무대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응용(63) 감독으로부터 삼성 마운드 운용의 전권을 위임받은 선 코치가 집중조련시킨 수제자들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두산의 타선을 봉쇄하는 한편 적절한 투수 기용과 절묘한 투수 교체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지난 시즌 후 선 코치가 모 구단의 감독 제의를 고사하고 `사자군단' 코치로 입성할 때만 해도 대단한 `선동열 효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스타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처럼 그 동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스타 출신은 기대 수준이 높아 소속팀 선수들과 융화하지못하고 중도하차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 하지만 선 코치는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투수 조련에 심혈을 기울였고 전통적인 `투수왕국' 현대와 최강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운드가 취약했던 삼성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선 코치는 지난 겨울 투수들도 체력 싸움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점을 강조하며하체를 강화하는 데 훈련의 주안점을 뒀고 전지훈련 기간 1명당 3천개의 투구 목표를 채우도록 하는 강도높은 피칭 훈련으로 투수들의 어깨를 단련시켰다. 이런 강한 투수 조련은 정규시즌 들어 효과를 봤다. 선 코치가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 시절이던 2002년 겨울 투수 인스트럭터 자격으로 삼성 전지훈련지인 하와이를 방문, 자신의 투구 비법을 전수해주고 지난 겨울 집중 조련시켰던 배영수는 올해 공동 다승왕(17승)에 오르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또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중고신인' 권오준(24)도 11승을 올리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고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셋업맨 권혁(21)도 제구력이 안정되면서 막강 불펜을 구축, 팀의 정규리그 2위에 기여했다. 선 코치의 지도력은 두산과의 포스트시즌에서도 빛을 발했다. 에이스 배영수가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않아 최근 구위가 좋았던 김진웅을 선발로 내세웠던 1차전을 아깝게 내줬지만 `특급 좌완' 개리 레스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고 2차전 선발로 나선 배영수는 7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선 코치는 또 소방수 임창용에만 목을 매지 않고 `불펜의 쌍권총' 권혁과 권오준을 적극 활용하는 마운드 운용으로 재미를 봤다. 권혁은 2차전 때 3-1로 앞선 9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해 3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승리를 지켰고 권오준은 3차전에서 1-0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6회초 등판, 3⅔이닝을 퍼펙트로 처리하고 1패 뒤 2연승의 밑거름이 됐다. 선 코치는 4차전에선 김진웅-박석진-권오준-권혁-임창용-배영수 등 마운드를 총가동하는 `올인작전'으로 결국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얻는 데 최대 공신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위력을 발휘한 `선동열 효과'가 클리프 브룸바와 심정수, 이숭용 등이 버틴 막강 화력의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