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여.' 러시아 미녀군단의 하나인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19)가 올시즌 테니스 마지막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에서 여자 단식 우승을 일구며 또 하나의 신데렐라 탄생을알렸다. 쿠즈네초바는 12일(한국시간) 뉴욕에서 벌어진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자국 동료 엘레나 데멘티에바를 2-0으로 완파, 메이저대회 사상 첫 우승의 쾌거를 맛본 것.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을 연상케하는 다리 근육의 소유자인 쿠즈네초바는 개인 통산 투어 타이틀이 3개에 불과해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강력한 포어핸드와 양손 백핸드를 앞세워 새로운 테니스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174cm, 73kg의 쿠즈네초바는 유명 사이클 가족의 일원이었으나 테니스로 빛을본 케이스. 아버지 알렉산드르는 5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세계선수권자를 길러낸 명사이클 감독으로 지금도 러시아 최고의 사이클팀인 로코모티프에서 지휘봉을 잡고있다. 어머니 갈리나 차레바도 스승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발전한 아버지의 조련을 받아 6번이나 세계챔피언에 올랐는가 하면 20개의 세계기록을 작성한 스타 출신이고오빠 니콜라이 또한 '96 애틀랜타올림픽 사이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사이클집안이다. 쿠즈네초바도 처음에는 사이클에 입문했으나 2번째 레이스 뒤 포기하고 "무엇인가 다른 것을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15세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해 산체스 카살 아카데미에서 테니스와 인연을 맺었다. 부모의 피를 받아 신체 조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쿠즈네초바는 지난 2002년 헬싱키대회에서 생애 첫 투어 타이틀을 신고했고 같은해 발리 대회에서도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2002년에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와 복식에서 호흡을맞춰 5번이나 우승컵을 합작했던 그는 올 6월 잔디 코트인 이스트본을 제패, 역대최고인 세계랭킹 9위로 뛰기도 했다. 지난 99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17세의 나이로 우승한 이후 최연소 US오픈챔프가 쿠즈네초바는 "너무 기쁘다"며 "우승컵을 9.11 테러 및 러시아 인질 참사 희생자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