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23.누만시아)가 본프레레호에서의 첫 골과 함께 도움까지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해결사'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천수는 8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축구아시아지역 2차예선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전반 18분 이동국(광주상무)의 동점골 도움과 함께 후반31분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2-1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취임한 이후 처음 대표팀에서 A매치에 나선 이천수는이날 '3-5-2 전술'의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공격의 조율사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천수의 활약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전반 초반부터. 전반 9분께 미드필드 지역 중앙에서 오른쪽 측면을 달려들던 안정환(요코하마)에게 절묘한 발끝 패스로 슈팅을 이끌어 냈다. 또 전반 31분에는 수비의 선방으로 안타깝게 '도움기록'은 놓쳤지만 설기현(울버햄프턴)에게 교묘한 땅볼 침투 패스를 찔러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내기도했다. 특히 뜻밖의 기습골을 허용해 몰린 한국은 후반 들어 이천수의 오른쪽 침투에 이은 '칼날' 크로스가 빛을 내면서 비로소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후반 1분 오른쪽 돌파로 이동국의 헤딩슛을 이끌어낸 이천수는 후반 19분 또다시 측면 돌파에 이어 강한 크로스로 이동국의 동점 헤딩골을 이끌어 냈다. 이날 한국 공격의 '주연'보다는 '조연'역할을 맡은 이천수의 끈질긴 활약이 결국 빛을 발한 것. 하지만 이천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1분께 최성국(울산)이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기막힌 오른발 감아차기로 역전골을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진정한 'MVP'로 인정받았다. 평소 "나의 오른발은 베컴과 동급"이라고 호언장담했을 만큼 스페인에서 갈고닦아온 프리킥 실력을 본프레레 감독과의 첫 경기에서 선보이며 대표팀의 '믿을맨'으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냈다.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축구 파라과이와의 8강전에서 2골이나 터트리는 수훈을 세웠던 이천수는 이날 베트남전을 통해 올림픽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오가는 힘든상황에서도 뛰어난 체력과 개인기를 앞세워 향후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 이천수는 "볼과 잔디에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기 초반 베트남의 페이스에 말린데다 중앙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졸전을 펼쳤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이어 "프리킥만큼은 꼭 차고 싶었고 차는 순간 감이 좋았다"며 골 순간을 회상했다. (호치민=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