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의 꿈을 안고 그리스 아테네로 떠난 마라토너 이봉주 씨의 조련사인 오인환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대표팀 감독이 이 선수에 관한 책을 써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오 감독은 23일 출간된 '오인환이 말하는 마라토너 이봉주'(은행나무刊)에서 지난 10년간 이 선수와 함께 해온 마라톤 생활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는같이 도전했던 국내외 각종 대회 준비 이야기와 이봉주가 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거둘 수 있었던 훈련법 등이 담겨 있다.


오 감독은 책에서 그동안 봐온 이 선수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소개했다.


황영조 등 간판스타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데뷔 초기 이야기, 코오롱을 떠나 무소속으로 방랑하며 어렵게 일궈낸 도쿄 마라톤대회의 쾌거, 부상을 이겨내고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야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참가해 마침내 월계관을 쓴 보스턴 마라톤대회 이야기,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3초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던 사연 등이 실려 있는 것. 이 선수가 마라토너로서 자질을 타고난 건 아니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성실함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서왔다는 게 오 감독의 얘기다.

지금까지 이 선수가 달린훈련거리만 해도 무려 15만8천720km. 이는 지구를 네 바퀴나 돈 거리다.

풀코스 완주 기록만도 31회에 달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평균 완주기록 15회를 크게 상회하며 황영조 선수의 기록(8회)과 견주어도 단연 앞선다.


타고난 폐활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도 이같이 피나는 훈련의 결과라고 오 감독은 말한다.

마라토너로서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이지만 40살까지 뛰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것 역시 성실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감독과 이 선수가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코오롱 마라톤팀에서였다.

오 감독은 이 선수가 무명의 설움을 딛고 빛을 보도록 했고, 1999년 코오롱을 떠나고 나서는 소속과 스폰서가 없는 가운데 '바늘과 실'로서 이 선수를 이끌었다.

2000년 2월도쿄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7분 20초로 한국 최고기록을 세우게 된 데는 이 같은 피눈물이 숨어 있었다.

320쪽. 9천800원.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