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 뛰게 된 하승진(19)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내 최장신 선수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가공되지않은 원석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학교 시절 이미 키가 2m를 훌쩍 넘어버린 하승진은 삼일중-삼일상고를 거치면서 "한 차례도 경기에서 패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동급에서는 적수가 없는 선수로 이름을 떨쳤다. 키 223㎝, 몸무게 140㎏으로 성장한 하승진은 지난 해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중국출신 NBA스타 야오밍(휴스턴 로케츠)과 맞대결했고 11월 농구대잔치에도 연세대 선수로 나서 성인무대에 잠깐 얼굴을 내비쳤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야오밍에게 밀리면서 중국에 무릎을 꿇어 한국은 아테네올림픽 티켓을 놓쳤고 농구대잔치에서는 한양대 수비에 꽁꽁 묶이면서 2년여간 이어오던 연세대의 대학팀 상대 39연승 행진을 중단시킨 빌미를 준 것. 성인 무대에서는 주춤했지만 거대한 덩치에 비해 빠른 몸놀림, 신장에 비해 예리한 슈팅 감각, 약관도 채 못 넘긴 나이 때문에 스카우트들의 심상치 않은 관심을 끌어 모으다 지난 해 12월 미국 스포츠매니지먼트사 SFX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SFX의 훈련을 받기 위해 지난해말 미국으로 건너간 하승진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샌타모니카에 머물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함께 뛰었던 센터 전문 코치 윌 퍼듀(38)로부터 농구기술을 걸음마부터 새로 배웠다. 하승진은 전문 코치들의 지도에 따라 웨이트트레이닝, 요가, 영어 연습으로 반년가량 구슬땀을 쏟은 뒤 지난 달부터 덴버 너기츠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마이애미 히트,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새크라멘토 킹스 등 구단을 돌며 워크아웃(기량점검)을 치렀다. 기량이 지난 해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전문가들의 평을 들었던 하승진은 결국 25일(한국시간)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2라운드 17순위로 지명됐다. 하승진은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하동기(205㎝)씨와 사이클 선수였던 어머니 권용숙씨 사이의 1남1녀 중 둘째로, 누나 하은진(202㎝)도 일본에서 농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슈팅력과 골밑 파워를 함께 갖추길 희망하는 하승진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정교한 미들슛이 일품인 국내 프로농구 최장신 센터 서장훈(삼성.207㎝)과 NBA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216㎝).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