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꿈을 품고 현해탄을 건넌 `국민타자'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이 일본 특유의 `현미경 야구'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타격 부진으로 2군 추락의 수모까지 겪었던 이승엽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로침묵하면서 14일 현재 시즌 타율이 0.230까지 떨어져 선발 출장여부조차 불안한 상태다. `아시아의 홈런킹'으로 불리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승엽이 이처럼 무기력한 것은 퍼시픽리그의 상대 구단들이 철저한 분석으로 이승엽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흔히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프로야구는 끊임없는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 본인조차 모르는 미묘한 버릇마저 분석한다는 정평이 있다. 그 결과 퍼시픽리그 구단들의 이승엽 대응책은 '철저한 몸쪽 승부'와 `이승엽시프트'로 귀결되고 있다. 국내시절 이승엽은 몸쪽 승부를 별로 해 본적이 없다. 첫째 이유는 상대 투수들이 장타를 우려해 바깥쪽 승부를 주로 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국민타자'와 몸쪽승부를 벌이다 괜히 맞히기라도 하면 비난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스프링캠프의 시범경기를 통해 이승엽의 몸쪽 약점을 파악한 뒤위협구에 가까울 정도로 인코너에 바짝 붙이고 있다. 또한 이승엽이 타구를 밀어치지 못하고 당기는데 급급하다 보니 상대 수비진은내.외야 가리지 않고 1루수와 우익수쪽으로 위치를 이동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세이부 라이온스는 이승엽이 타석에 나서자 1루수는 파울라인에 바짝붙고 2루수는 1,2루간의 중간쯤, 유격수는 2루 베이스 뒤로 이동하는 극단적인 `이승엽 시프트'를 선보였다. 그 결과 2회초 잘 맞은 타구가 위치를 이동한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가 안타가 될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야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김성근 전 LG 감독은 "이승엽은 현재 자신의 타격폼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특유의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오른쪽 다리를 들지 않는데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면 밀어치기는 힘들고 당기는데만 급급해 좋은타구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에 진출했던 선동열과 이종범, 정민태 등 대부분 국내선수들은 데뷔첫 해에 `현미경 야구'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이승엽 역시 현재의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특유의 타격폼과 타격 감각을 되찾아일본의 `현미경야구'를 실력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