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을 설치게 할 그라운드의 향연.' `작은 월드컵'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31경기는 오는 1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부터 7월5일까지 국내 축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매 경기가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디펜딩챔피언 프랑스의 행보와프랑스-잉글랜드, 독일-네덜란드 등 조별리그 빅 매치 5경기, 죽음의 D조에서 펼쳐지는 생존의 결투는 중계를 통해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후회할 만한 카드. 여기다 내로라하는 유럽의 명장들이 벤치에서 보내는 현란한 몸동작과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각국이 선보일 새 전술을 눈여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또 한일월드컵에서 `폭주기관차' 한국에 차례로 고배를 마셨던 강호 포르투갈,스페인, 이탈리아가 나란히 우승을 넘보고 있어 이들의 운명을 지켜보는 것도 한국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장면이 될 듯 하다. ◆`레블뢰' 사상 첫 2연패의 꿈= 지난 60년 프랑스대회부터 12회째를 맞는 유럽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 `앙리 들로네'는 그동안 단 한번도 한팀에게 2회 연속 `우승 키스'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34년 이탈리아대회와 38년 프랑스대회에서 이탈리아, 58년 스웨덴대회와 62년 칠레대회에서 브라질이 각각 2연패의 쾌거를 이뤄냈던 것과 달리 한팀의독주를 놔두지 않았던 것. 그러나 네덜란드.벨기에가 공동 개최한 유로2000 우승팀인 `레블뢰' 프랑스는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을 딛고 최강의 전력을 재구축해 사상 첫 2연패에 가장 근접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B조에 속한 프랑스의 경기는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현란한 개인기와 티에리 앙리(아스날)의 폭발적인 돌파,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의 전광석화같은 킬러 본능이 아우러져 최고의 장면을 선사할 전망이다. ◆조별리그 `빅 매치 5'= 13일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개막전으로 시작으로 24일까지 24경기가 펼쳐지는 4개조 조별리그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빅 매치는 14일 새벽 리스본에서 열리는 B조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앙숙 대결'. 다음 날인 15일 새벽 포르투에서 열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일전은 죽음의 D조에서 초반 판세를 결정짓는 한판이고 19일 새벽 C조 스웨덴-이탈리아전은 `바이킹의힘'과 `빗장수비의 견고함'이 맞닥뜨리는 대결이다. 21일 새벽 A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매치업은 이베리아반도의 지존을 가리는 중원의 대결투가 될 전망이며 24일 새벽 리스본에서 열리는 D조 독일-체코전은 조별리그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정판이다. ◆`죽음의 조' 살아남을 자= `전차군단' 독일과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동구의강호 체코, 변방 반란의 주역 라트비아가 모인 D조는 한일월드컵 F조(아르헨티나,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에 비견될 만한 죽음의 조. 이름값으로는 독일, 네덜란드가 체코보다 다소 앞서지만 통산 3회 우승의 독일은 최근 워밍업 매치에서 동구의 루마니아, 헝가리에 연패해 기세가 한풀 꺾였고 네덜란드도 벨기에, 아일랜드에 잇따라 덜미를 잡혀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반면 체코는 A매치 21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쾌속 순항을 이어가고 있고 `도깨비팀' 라트비아는 16개 참가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은 52위지만좀처럼 전력을 가늠할 수 없어 4개 팀의 격돌은 예측불허의 대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장열전'= `종가' 잉글랜드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웨덴 출신의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과 작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대표팀 사령탑인 프랑스의 자크 상티니 감독. 한국축구 사령탑 후보로 브뤼노 메추와 경합을 벌였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포르투갈 감독과 전차군단 독일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루디 푀일러 감독. 이탈리아 3대 명문(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을 모두 거치며 리그 정상을 8차례나 밟은 이탈리아의 조바니 트라파토니 감독. 설명이 필요없는 세기의 명장들이 포르투갈에서 초여름 밤의 지략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이나키 사에스 스페인 감독, 오토 바리치 크로아티아 감독, 딕 아드보카트 네덜란드 감독 등은 명성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실력 본위'의 선수 선발과 거침없는 카리스마로 명장들을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신전술 시험장= 9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미드필더진의지휘관 역할을 하는 `앵커맨'과 수비의 1차 저지선을 형성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더블 보란치'가 등장하면서 세계축구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유로2000에서는 `압박'이 키워드로 등장했고 이는 2년 뒤 한일월드컵에서 대다수 팀들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로2004에서 각팀의 전략.전술이 어떻게 흘러갈지 면밀히 지켜본다면 2006독일월드컵에서의 해답을 찾는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수 KBS 축구 해설위원은 "유럽선수권은 늘 다음 월드컵의 전술적인 변화를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