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파사펠트, 히딩크의 마을입니다."


2002년 6월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이 2년의세월이 지난 지금도 머나먼 이국땅 네덜란드의 작은 전원도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폭주기관차' 한국축구를 이끌고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연파하며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렸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생가와 월드컵 4강신화를 기념해 만든 `히딩크 박물관'이 있는 곳.


당시의 감격을 떠올리며 다시 찾은 마을 입구에는 네덜란드어와 한국어로 `Varsseveld, 파사펠트는 히딩크의 마을입니다'라고 씌어진 표지판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녹지에 둘러싸인 마을 입구로 진입해 센트럼(중앙로)에 도착하자 모든 교민들이한데 모여 어깨를 맞대고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그 때의 감동이되살아났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에인트호벤의 사령탑인 히딩크 감독의 형 한스씨가 설립한 히딩크 박물관은 지금까지 잘 관리되고 있었고 전시품도 훨씬 많아져 이 곳을 찾는 교민과 한국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어퍼컷 포즈'를 취한 실물 크기의 히딩크 감독 마네킨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박물관 중앙에는 히딩크 감독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과한때 국내에서 유행까지 몰고왔던 히딩크 넥타이, 붉은 악마 셔츠 등이 눈길을 끌었다.


히딩크 감독이 유년 시절을 보냈고 현재 부모가 살고 있는 생가는 월드컵 당시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부서졌던 문이 새 것으로 교체됐고 정원은 깨끗이 정리돼있었다.


집 앞에는 `히딩크가 이 집 뒷마당에서 어린시절 축구를 했다'는 설명과 함께 `현재 살고 계시는 분의 생활에 방해가 없도록 유의하시기를..'이라고 적힌 안내판이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생가 인근에서 27년 간 중국식당을 운영해온 마르씨는 "한국 관광객이 하루에도20-30명씩 방문하고 성수기인 여름에는 50명 넘게 오기도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오고 인근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마르씨는 "독일에 사는 한인들은 네덜란드에 들를 때면 꼭 한번씩 이 곳을찾아온다.

네덜란드는 물론 인근 유럽에 이르기까지 이 곳이 명소가 됐다"며 자랑을늘어놓았다.


그는 한스씨가 부모님을 위해 밤미판강(돼지고기 튀김), 잡쵸이(한국식 잡채와비슷한 요리)를 많이 사간다면서 3주 전 자신의 식당에 다녀갔다고 전했다.


히딩크 생가 근처에 사는 마틴이라는 이웃 주민은 "아직도 히딩크가 한국에서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느냐"고 묻고 "차기 감독으로는 메추가 오는 것이냐. 한국축구가 유능한 감독을 영입해서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파사펠트에는 식당이든, 박물관이든 태극기와 네덜란드 국기를 곳곳에서 볼 수있고 손가락을 쭉 뻗어 특유의 카리스마가 담긴 표정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히딩크의사진은 이미 이 곳의 명물이 됐다.


(파사펠트<네덜란드>=연합뉴스) 김나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