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최희섭(25.플로리다 말린스)이 5월 들어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를 말끔히 씻어내면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최희섭은 31일(한국시간)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로 타점 1개를 보태 16경기 연속출루, 5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가며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알렸다. 최근 12경기에서 타율 0.333(36타수 12안타), 출루율 0.455, 홈런 2개, 2루타 6개를 터뜨려 타격이 안정궤도에 올라선 것. 4월 한 달 동안 9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타율 0.295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최희섭은 이달 들어 초반 13경기 동안 37타수 4안타(타율 0.108), 무홈런에 그치며 삼진만 18개를 당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었다. 슬럼프의 가장 큰 원인은 최희섭을 상대하는 투수들의 투구 패턴이 바뀌었다는데 있었다. 시즌 초반 상대 투수들이 최희섭이 몸쪽 빠른 공에 약하다는 스카우팅리포트에 근거해 이 코스로 종종 정면승부를 펼쳤으나 올해 배트스피드가 빨라진 최희섭에게 계속 홈런포를 얻어맞자 이달 들어 바깥쪽 변화구로 유인하기 시작한 것. 한번 손맛을 들인 최희섭은 바뀐 패턴에 적응하지 못해 이달 초 세 차례나 한경기 3삼진을 당하는 등 연일 헛방망이를 돌렸으나 최근 들어 유인구를 잘 골라내면서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25일에는 한 경기에서 무려 4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안정된 선구안을 과시했고 31일 경기에서는 커브를 때려 2루타를 만드는 등 변화구 공략 요령도 많이 좋아졌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최희섭이 플래툰시스템에 따라 왼손 선발투수가 나올 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데 따른 초조감을 던져버렸다는 것도 부진에서 벗어난 원동력이 됐다. 최희섭의 에이전트 이치훈씨는 "4월 한창 잘 맞을 때에도 좌투수 상대로는 출전하지 않아 기세가 꺾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희섭이에게 '어차피 팀을 운영하는 것은 감독이고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니까 상황에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마침 최희섭과 1루를 나눠 맡던 윌 코르데로가 지난 18일 무릎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최희섭은 29일 경기에서 정상급 왼손투수 톰 글래빈(뉴욕메츠)을 상대로 선발출장해 2루타를 뿜어내기도 했다. 이씨는 또 "폭스TV 등 현지 중계진이 최근 최희섭의 수비를 보고 '골드글러버감이다'고 칭찬하는 일이 많다"면서 수비가 안정된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