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 본선 등주요 국제경기를 줄줄이 앞둔 대표팀 운영에 적잖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9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자청한 코엘류 감독이 임기를 4개월정도 앞두고 중도 하차할 경우 박성화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방안과 오는 8월까지 4개월 간을 임기로 새 감독을 영입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흥섭 축구협회 전무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되도록 사태를 빨리 마무리짓고 대표팀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데 기술위원회를 비롯해 모든 축구인들이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 전무는 "일의 순서상 일단 코엘류 감독의 거취에 대해 가부 결정이 내려져야후임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후임자 내정설을 일축했다. 축구협회는 코엘류 감독이 즉시 사퇴하든, 조건부 퇴진 의사를 밝히든 관계없이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기술위원회의 의견을 결집해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결론을내고 지원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코엘류 감독의 남은 임기를 채워야할 `시한부 체제'는 여러 면에서 불안한 행보를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코엘류 감독이 중도 하차하면 일단 오는 28일 인천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은 대행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오는 6월9일 베트남과의월드컵 예선전과 7월17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2004아시안컵 본선이다. 유럽프로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시점이라 당장 외국인 감독을 물색하기가쉽지 않은데다 아시안컵까지 시한부 임기만 보장한다면 명장급 감독들이 선뜻 한국대표팀을 맡으려 할지도 불투명하다. 국내 감독들 중에서도 2006독일월드컵까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한 `사태 수습용 임시직'에 지원할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의 후임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축구협회 고위관계자들이나 김 전 감독 모두 후임 논의가 일체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대행체제를 이어간다해도 박성화 수석코치가 오는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19세이하(U-19) 청소년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대표팀에 총력을 쏟아붓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올림픽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에는 아시안컵 종료시점(8월7일)과 올림픽 본선 개시 시점(8월11일)이 거의 겹쳐 양쪽 팀에 중복 차출될 선수들의 소집을놓고 긴밀한 조율도 필요하다. 성인대표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적절히 양쪽으로 힘의 배분을 할 수 있겠지만 불안한 체체라면 자칫 올림픽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축구협회로서는 먼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 논란을 깨끗이 정리하되 대표팀 운영상의 파행을 막아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