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미국)이 72번째홀 극적인 버디로 마스터스를 제패, 메이저 무관의 한을 씻었고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메이저대회 3위의 쾌거를 이뤘다. 미켈슨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290야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스터스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합계 9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18번홀에서 5.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어니 엘스(남아공.280타)를 1타차로힘겹게 따돌린 미켈슨은 이로써 메이저대회 47번째 출전만에 첫 우승컵을 안아 '메이저 무관의 제왕'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벗어 던졌다. 투어 통산 23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 정상으로 장식한 미켈슨은 우승 상금 117만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랭킹 1위를 질주했고 올들어 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2승을올린 선수가 됐다. 미켈슨은 또 지난해 마스터스 사상 첫 왼손잡이 챔피언에 올랐던 마이크 위어(캐나다)에 이어 2년 연속 왼손잡이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지만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어본 적이 없는 엘스는 이글 2개를 폭발시키며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지난 2000년에 이어 두번째 준우승에 머물렀다. 크리스 디마르코(미국)와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미켈슨은 전반에만 2타를 잃어 또 한번 좌절하는 듯 했다. 디마르코 역시 9번홀까지 3오버파로 부진, 우승 경쟁에서 밀려난 사이 엘스가 8번홀(파5)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선 것. 그러나 12년을 미뤄온 메이저 우승컵을 향한 미켈슨의 집념은 사그러들줄 몰랐다. 15번홀(파5)에서 이날 두번째 이글을 잡아낸 엘스에 3타차까지 처졌던 미켈슨은12번홀부터 14번홀까지 3개홀 버디를 뽑아내며 맹추격을 펼쳤고 16번홀(파3)에서 공격적인 티샷에 이어 회심의 버디 퍼트를 떨궈 마침내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7번홀(파4)을 파에 그쳐 연장전이 예상됐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핀을 곧장 노리는 미켈슨의 과감성은 18번홀에서 빛났다. 3번 우드 티샷으로 깨끗하게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가른 미켈슨은 오르막 포대그린 왼쪽 뒤쪽에 꽂힌 핀을 향해 아이언샷을 날렸고 볼은 홀 뒤쪽 5.4m 지점에 사뿐하게 멈췄다. 동반자 디마르코가 숲을 거쳐 어렵게 4타만에 그린에 올라와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는 동안 그린을 찬찬히 살핀 미켈슨은 깊은 심호흡을 삼킨 뒤 침착하게 홀을 향해퍼터를 내밀었다. 홀을 살짝 비켜갈 것 같던 볼은 컵 언저리를 반바퀴 휘감더니 사라졌고 미켈슨은 두팔을 지켜들고 "오! 하나님"을 외쳤다. 그린으로 뛰어나온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눈 미켈슨은 그린을 벗어나며 딸에게 "아빠가 우승했단다. 정말 믿겨지지 않지?"라고 속삭였다. 연장전에 대비해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던 엘스는 머쓱한 표정으로 시상식 참석을 위해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엘스는 18번홀에서 미켈슨과 비슷한 거리의 버디 찬스를 놓친 것이 내내 아쉬운순간이었다. 메이저 첫 우승을 달성한 미켈슨에게 몰린 골프팬들의 축하와 찬사 못지 않게최경주의 선전도 돋보였다. 이날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친 최경주는 미켈슨에 3타 뒤진 3위(6언더파 282타)에 올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톱10'입상을 달성했다. 작년 마스터스 공동15위가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던 최경주는 이번 대회 성과로 기량이 세계 정상급에 올랐음을 알렸다. 특히 전반 2개의 보기로 선두권에 밀려나는 듯 했던 최경주는 11번홀(파4)에서두번째샷이 홀에 빨려들어가는 그림같은 이글에 이어 3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강력한뒷심을 발휘해 세계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버디를 6개나 잡아내며 분전했으나 보기 3개,더블보기 1개를 곁들이며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합계 2오버파 290타로 대회를 마감한 우즈는 프로 데뷔 이후 마스터스 최악의성적인 공동22위에 머물렀다. 우즈는 아마추어 시절 2차례 마스터스에 출전, 공동41위와 컷오프를 경험했지만프로로 나선 뒤에는 2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우즈는 대회 직후 아버지 얼 우즈가 근무했던 공수부대로 병영체험을 떠났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6언더파 66타의 데일리베스트를 치며 합계 3언더파 285타로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와 함께 공동4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미켈슨과 공동선두로 출발했던 디마르코는 4오버파 76타의 부진 끝에 합계 2언더파 286타로 폴 케이시(영국),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비제이 싱(피지), 프레드커플스, 데이비스 러브3세, 커크 트리플릿(이상 미국) 등과 함께 공동6위에 그쳤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커크 트리플릿(미국)은 16번홀(파3)에서 차례로홀인원을 기록하는 에이스 파티를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