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명인열전' 마스터스골프대회 기록집의 한 장을 장식하며 선두권 각축에 뛰어들었다. 최경주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290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뽑고, 보기 4개를 범해 2언더파70타를 쳤다. 전날 1언더파 71타로 공동8위에서 출발한 최경주는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이틀째 선두를 지킨 저스틴 로즈(영국.138타)에 3타 뒤진 공동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날 최경주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전반 9홀에서 보기없이 무려 6개의버디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둘러 6언더파 30타를 쳤다. 30타는 올해로 68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조니 밀러(미국.75년)와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88년) 등 단 2명만 달성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아웃 코스 최저타기록과 타이. 이날 대기록을 작성한 전반 경기에서 최경주는 절정의 아이언샷 감을 자랑하며핀을 공략했고 근래 보기드문 불꽃같은 퍼팅 실력도 자랑했다. 전날 보기를 범했던 1번홀(파4)을 파세이브, 무난하게 이틀째 경기를 시작한 최경주는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뽑은 뒤 이어진 3번홀(파4)에서도 1타를 줄였다. 5번홀(파4)에서 5m짜리 버디퍼트를 떨군 최경주는 7∼9번홀에서 3개홀 연속 버디를 터뜨려 대기록에 이르며 한때 2타 차 단독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후반 4개의 보기를 쏟아내 로즈에게 선두를 양보했지만 최경주로서는 메이저대회 출전 사상 최고의 하루를 보내며 메이저 첫승을 위한 탄탄한 발판도 마련한 셈. 최경주는 "이븐파 정도만 쳐도 좋은 스코어 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버디가 쏟아졌다.성적이 너무 잘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슨을 받듯 편안했다. 후반 4개의 보기를 범했지만 이로인해 오히려코스 공략법을 터득했다"며 "남은 경기도 잘 치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전날 5언더파 67타를 때리며 `신동'의 부활을 알린 로즈는 버디 2개, 보기1개로 1언더파 71타를 그쳤지만 전날 쌓아둔 스코어 덕에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로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선두를 지키기가 쉽지 않겠지만 아직 23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 측면에서 나는 행운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로즈가 주춤한 사이,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대거 순위를 끌어올리며 맹추격, 3, 4라운드에서 선두를 지켜내기가 버거워졌다. 특히 94년과 99년 우승자인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은 `아멘코너'(11∼13번홀) 막바지의 13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은 뒤 연속 버디를 낚는 등 활약으로 3언더파 69타를 쳐 로즈에 2타 뒤진 2위로 올라섰다. 유럽투어 성공을 기반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 지난해 신인 중 두번째로 많은 상금을 번 알렉스 체카(독일)도 2언더파를 추가, 공동2위로 도약했다. 올시즌 부활한 `메이저 무관의 제왕' 필 미켈슨(미국)도 버디 4개를 뽑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3타를 줄이며 최경주와 나란히 공동4위에 포진, 이번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첫 마스터스 우승에 도전하는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는 이글1개, 버디 4개,보기 1개를 묶여 `데일리베스트'인 5언더파 67타를 쳐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어거스타가 고향인 찰스 하웰3세(미국) 등과 함께 공동6위로 올라섰다. 이밖에도 전날 중위권에 처졌던 타이거 우즈(미국)도 `황제샷'을 되살려 3언더파 69타를 치며 선두에 6타 차 공동14위까지 도약, 4번째 그린재킷 가능성을 살렸다. 특히 이날 69타로 우즈는 프로데뷔후 가장 오래 지속됐던 메이저대회 연속 오버파 행진(5개 라운드)도 끝을 맺었다. 11번홀(파4) 2.5m 파퍼트를 놓친 뒤 볼을 물에 집어던지는가 하면 16번홀(파3)에서는 12m가 넘는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는 등 퍼트 때문에 울고 웃었던 우즈는 선두에 6타 뒤져 있지만 "아직 살아있다"며 기염을 토했다. 반면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결국 `오거스타 신(神)'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보따리를 싼 우승후보들도 즐비하다. 9년만의 PGA 투어 우승컵을 안고 마스터스행 막차를 탔던 `풍운아' 존 댈리(미국)는 이날 1언더파 71타로 분전했지만 컷 통과 기준타수(4오버파)에 1타가 모자라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또 왼손잡이로는 사상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으며 캐나다의 국민영웅이 됐던마이크 위어도 2타를 줄였지만 전날 7타나 까먹은 탓에 타이틀방어는 커녕 3라운드진출도 좌절됐다. 특히 위어는 일몰로 연기됐다 재개된 1라운드 막판 경기에서 3개홀 연속 보기를쏟아내 역대 디펜딩챔피언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낸 선수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149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자 애덤 스콧(호주)과채드 캠벨(미국.이상 153타) 등도 예선 통과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44번째 출전을 끝으로 마스터스 은퇴를 선언한 대회 최다승 기록(6회)보유자 잭 니클로스(64)는 6오버파 150타 공동 58위로 컷오프됐다. 50번째 출전한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74)는 12오버파 168타로 93명 가운데 92위에 그치며 고별전을 마감했지만 행복하게 코스를 떠났다. 경기도중 엄지손을 치켜들어 존경을 표한 니클로스를 포함, 대부분 선수들이 파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고 갤러리들은 그를 겹겹이 둘러싼 채 마지막 플레이를 열렬히 응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