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신임이냐, 중도 하차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 압박을 받고 있는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진퇴 문제를 오는 19일 결정키로 함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기술위는 8일 코엘류 감독을 출석시킨 가운데 치욕의 0-0 무승부를 기록한 몰디브전 결과를 보고받은 데 이어 코엘류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자유토론까지 벌였으나경질 또는 유임 판정을 19일로 미루는데만 합의했다.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19일 기술위를 소집, 코엘류 감독이 질의응답 시간에 진술한 내용 등 전반적인 부분을 놓고 논의를 벌여 지휘봉을 계속 맡길 지, 아니면 해고할 지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기술위가 코엘류의 운명 결정을 무려 11일 뒤로 유보한 것을놓고 상반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오만쇼크', '몰디브전 망신'으로 생긴 한국축구의 골병을 코엘류로는 치유할수 없다고 보고 해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감독대행을 포함한 후임자 물색 등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 그 하나. 다른 하나는 사실상 유임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으로 시간이 흐르면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조기경질 여론이 희석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위원들도 "기회를 한번 더 달라"며 오는 7월 개막하는 2004아시안컵까지인임기를 마치고 싶어하는 코엘류의 진퇴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예측이 쉽지 않지만 정황을 종합할 때 기술위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15일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승패를 떠나 김호곤 감독의 올림픽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반사작용으로 코엘류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코엘류를 한국축구의 사령탑으로 선임한 기술위가 그를 내칠 경우 연대책임이 불가피한 마당에 손에 피를 묻히는 용기를 낼 지도 미지수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결정을 10여일 뒤로 미뤘다는 것은 누가봐도 유임을 택한 것"이라며 "만일 코엘류가 옷을 벗는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 누가 '대행 딱지'를 달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오만과 베트남전 연패했을 당시에도 코엘류를 재신임했던 기술위가 또 한번 유임 결정을 내릴 경우 잇단 국가적 망신에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없다는 비난을 자초할 가능성이 커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