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눈앞에 둔 허재(39.TG삼보)가 2003-2004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허재는 8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각오가 있다면 우승하는 것 뿐"이라며 2승3패로 벼랑에 몰린 팀에 막판 대연전극을 선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30년 농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허재는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본인의의지와는 달리 지난 챔피언전 4경기에서는 '농구 9단'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1, 2차전에서 원주 TG삼보가 홈에서 연패하자 볼을 오래 끌어 빠른 경기 흐름을방해하며 패배를 자초했다는 혹평을 들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허재가 뛰면 상대팀에 유리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팀이 적지에서 2차례 거푸 이긴 3, 4차전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3차전에서는 16분 동안 2득점, 2어시스트, 4차전에서는 12분 동안 득점 없이 한차례 3점슛을 시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 6일 전주에서 벌어진 5차전에는 그간 시원스럽지 못했던 모습을 모두 털어내고 과거 '해결사'의 모습을 되찾았다. 3점슛을 쏘는 척하면서 상대를 속이고 빨랫줄 같은 어시스트를 골밑 김주성에게배달,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는가하면 특유의 포물선 없는 '직사' 3점포를 고비에 2차례나 터뜨리기도 했다. 마흔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코트 끝에서 끝으로 달려 속공 레이업을 성공시키는투혼도 선보였지만 팀의 아쉬운 역전패로 활약은 빛이 바랬다. 지난 30년 동안 숱한 우승을 이끌며 조커보다는 해결사로 더 뛰었던 허재는 "10분정도 뛰는 데 무슨 무리가 있겠나. 선수들이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커로 나서는 10분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벼렀다. 4강 플레이오프 때부터 술까지 끊고 체력관리에만 주력하고 있는 허재는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때문에 TG는 챔피언결정전 최대의 승부처가 될 6차전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을 허재의 강한 카리스마와 수많은 큰 무대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기대하고 있다. 전창진 TG삼보 감독은 "허재가 몸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투지도 불사르고 있다. 5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다음 경기에서도 활약을 기대한다"고 강한 믿음을 보냈다. 어쩌면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6차전을 앞둔 허재는 "떠나는 것이 한없이아쉽지만 이번 경기에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 훈련을 같이 해온 동료들에게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자고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