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이 방망이 하나로 일본프로야구 정복에 나선다. 지난 해 한국에서 아시아 최다인 56개의 홈런을 날리며 `국민타자'로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이승엽은 비록 메이저리그의 꿈은 잠시 뒤로 미뤘지만 미국 무대에 버금가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방망이를 곧추 세웠다. 27일 일본 최고의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버티고 있는 세이부 라이언스와의첫 경기를 시작으로 140게임을 치르는 대장정에 돌입하는 이승엽은 한국과는 확연히다른 경기 문화와 `아시아 홈런킹'에 걸맞은 활약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야한다. 이승엽은 지난 21일까지 치른 시범경기 13게임에 출전해 타율 0.214(42타수9안타), 홈런 2개라는 그리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을 남겼다. 아직 새로운 야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경기의 성적만으로 정규시즌을 예측할 수 없지만 한국과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 변화 무쌍한 일본 투수들의변화구, 낯선 돔구장 등을 감안할 때 이승엽의 올 시즌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외국인 선수로서 주전을 꿰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막 한달안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승엽은 쳐야 겠다는 생각이 앞서 상체가 앞으로 쏠렸고 타격의 축이 되는 오른발이 흔들려 한 때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상,하로 긴 스트라이크 존을 십분 활용해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일본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디오를 보며 자신의 결점을 분석한 이승엽은 21일 4경기만에 깨끗한안타를 뽑아내며 흐트러졌던 타격폼을 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체의 움직임과 스윙 궤적이 크게 줄어 변화구와 빠른 직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콤팩트한 타법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 롯데의 바비 밸런타인 감독도 현지 기자들과 만나 "이승엽의 타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중심타자로 기용할 뜻을 밝혀 올 시즌 이승엽에 거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승엽의 일본 진출로 같은 퍼시픽리그의 구대성(35.오릭스 블루웨이브)과의 한국인 투타 대결도 예상된다. 지난 해 무릎 부상 때문에 6승8패로 부진했던 구대성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 오는 27일 다이에 호크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특히 구대성은 한국에서 95년부터 2000년까지 이승엽과 51차례 대결해 6안타(1홈런)만을 내주며 완승했던 터여서 일본 무대로 자리를 옮겨서도 `천적'의 면모를보여줄 수 있을 지 관심을 끈다. 롯데와 오릭스는 오는 4월 9-11일 오릭스의 홈구장인 야후BB스타디움에서 첫 대결을 펼친 뒤 같은 달 23-25일에는 장소를 바꿔 지바 마린스구장에서 맞붙는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