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하나로 일본 열도 정벌에 나선 '아시아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이 재팬드림 실현을 위한 희망을 쏘아올렸다. 이승엽이 5일 일본 고베의 야후-BB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릭스 블루웨이브와의 시범경기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일본 무대 첫 홈런포를 터뜨린 것. 마음 만큼 대포가 터지지 않아 홈런 갈증에 시달리던 이승엽이 시범 4경기, 11번째 타석 만에 어렵게 얻어낸 축포다. 지난해 56홈런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뒤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과감하게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한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는 일본 무대는 이승엽에게 그리 호락호락치 않았다. 팀 자체 홍백전 3경기에서 3홈런 등 12타수 8안타(타율 0.500) 12타점의 고감도 타격감을 뽐냈던 이승엽이 막상 시범경기가 시작되자 방망이를 무겁게 돌리며 애를 태워야 했던 것. 일본 데뷔전이었던 최고의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2월28일)와의 경기때는 직구에도 어이없이 2개의 삼진을 당하며 3타수 무안타의 헛방망이질에 체면을 구겼고 다음날 재팬시리즈 우승팀 다이에 호크스전(2월29일)때도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타점없이 3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뛰어난 선구안과 물 흐르 듯 유연한 스윙이 장기인 이승엽은 안타 욕심에 방망이가 공을 쫓아다녀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지난 2일 톰 롭슨 타격코치로부터 특별 타격훈련을 받은 후 달라졌다. 전날(4일)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폭발했고 여세를 몰아 이날 오릭스전 2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2번째 타석에 올라 상대투수 오구라 히사시의 초구를 끌어당겨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 이승엽은 아시아최다홈런기록을 세웠던 그 짜릿한 손맛을 되찾았다는 게 최대수확이었다. 특히 이날 1회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 2루를 훔친 뒤 후속타자 연속안타때 홈런을 밟아 일본 첫 도루와 득점을 기록하며 타자로선 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 홈런 기쁨은 더욱 컸다. 일본 무대 마수걸이 홈런으로 주위의 우려를 한꺼번에 날려버린 이승엽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