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우라 가즈야(29)를 넘어라.' `아시아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스)이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고 선택한 일본프로야구 성공 여부가 한솥밥을 먹게 된 후쿠우라와의 1루수 주전경쟁에서 이길 수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은 이승엽의 타순과 수비 포지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피한 채 오는 2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25일간 열리는 시범경기 결과를지켜본 뒤 정규리그 라인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승엽이 지명타자로 나설 수도 있지만 벤치를 지키는 것보다 타격 밸런스 유지에 도움이 되고 지명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점에서 1루수를 지키는 것이 명백한 사실. 하지만 지난해 56홈런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3년 연속, 통산 5번째 홈런왕에 오르고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어 한국 최고의 1루수로 인정받았지만 이국땅에서 용병 신세인 이승엽으로서는 생존경쟁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라이벌 후쿠우라는 그 동안 롯데 붙박이 1루수로 활약하면서 `안타제조기'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정교한 타격감에 수비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을 갖췄기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후쿠우라 역시 이승엽과 똑같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성공한케이스. 지바 인근 나라시노고교 1학년때부터 팀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후쿠우라는 93년 드래프트 7순위로 롯데에 입단, 감독의 권유에 따라 타자로 변신했다. 이승엽이 경북고 2학년때(93년) 청룡기대회 우수투수상을 받았던 촉망받는 에이스 겸 4번 타자였다가 97년 삼성 입단 후 당시 박승호 코치의 말을 듣고 타자로 전향했던 것과도 닮았다. 2군을 전전하던 후쿠우라는 97년 1군으로 승격된 뒤 이듬해(98년) 129경기에 출장, 타율 0.284, 57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01년에는 타율 0.346의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며 퍼시픽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쿠우라는 지난 시즌에도 21홈런 등 타율 0.303로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1루수 골든글러브상까지 수상, 퍼시픽리그 최고의 1루수로 자리를 굳혔다. 이승엽의 험난한 주전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장타력에서 후쿠우라를 압도한다는 점은 이승엽에게 위안이 되지만 일본 무대첫 해 목표를 30홈런에 타율 0.290 정도를 설정한 이승엽이 시범경기에서 시원한 홈런포로 거포 부재에 애를 태우는 밸런타인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붙박이 1루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1루가 슬러거들의 단골 포지션임에도 공격 못지 않게 땅볼 타구를 처리하고 포구하는데 실책이 없어야한다는 점은 1루수 자격을 결정하는 중요 잣대가 된다. 팀 자체 홍백전에서 일부 불안한 수비를 노출했던 이승엽으로선 시범경기에서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신중한 플레이를 보여줘야 하는 것. 이런 점에서 지난 시즌 초반 잘나가던 메이저리그 유일의 한국인타자 최희섭(25.플로리다)이 시카고 컵스의 1루수 자리를 다투던 에릭 캐로스에게 밀려 아쉬움을 남겼던 전례는 이승엽이 마음을 다잡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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