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녀' 위성미(15.미국명 미셸 위)가 이틀 동안 인상적인 장타쇼를 펼쳤으나 끝내 남성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은 넘지 못했다. 데뷔전에 나선 한국인 두번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 나상욱(20.미국명케빈 나. 코오롱엘로드)은 20위권 이내로 순위를 끌어 올려 '톱10' 입상의 발판을마련했다. 위성미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7천60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480만달러) 2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를 치는 '깜짝쇼'를 연출했지만 합계 이븐파 140타로 공동80위에 머물며 주말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지난 1945년 로스앤젤레스오픈에서 베이브 자하리스가 이룬 이후 59년동안 철옹성으로 남아 있는 여성선수의 PGA 투어 대회 컷 통과는 다음 기회로 넘겨졌다. 위성미는 지난해 캐나다프로골프투어와 PGA 2부투어에 이어 3차례 남성 무대 도전에서 모두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위성미는 컷 기준 타수 1언더파 139타에 단 1타 모자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인 남자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당당히 맞서 '여자 타이거 우즈'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체 출전 선수 143명 가운데 위성미는 노타 비게이3세, 애덤 스콧, 스킵 켄달,매트 쿠차, 제프 슬루먼 등 등 유명 선수가 포함된 63명의 남자 선수보다 스코어가앞섰다. 또 위성미는 지난해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이루지 못했던 PGA투어 대회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더구나 PGA 투어 대회에 도전했던 3명의 여성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도컷 기준선에 가장 가깝게 근접한 것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전날 폭발적인 장타를 터뜨렸지만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실수를 연발했던 위성미는 이날은 한결 정교해진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정확한 퍼팅으로 선전했다. 1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치며 보기를 범했지만 2, 3번홀에서 잇따라 버디 찬스를 만들어낸 위성미는 4∼6번홀에서 보기 위기를 모두 파로 막아냈다. 특히 5번홀(파4)에서는 드라이브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하는 수없이 그린에서 100야드나 떨어진 페어웨이로 볼을 꺼내야 했지만 멋진 웨지샷으로 핀 1m에 붙이는묘기를 연출했다. 잇단 위기 탈출로 기분이 좋아진 위성미는 7번홀(파3)에서 무려 17m 짜리 먼거리 버디 퍼트를 떨궈 컷 통과 희망을 살려냈다. 9번홀(파5)에서도 3번째샷을 벙커에 집어넣는 실수가 나왔지만 벙커샷이 홀 1m안쪽에 떨어져 무난히 파를 지켰고 이는 11번홀(파3) 16m 버디 퍼트 성공으로 이어졌다. 예상 컷 기준 타수에 1타차로 바짝 따라 붙은 위성미는 그러나 의욕이 지나친듯 13번홀(파4)에서 드라이브샷 미스에 이어 85야드 거리에서 친 세번째샷이 그린밖으로 살짝 퉁겨나가면서 1타를 잃고 말았다. 애써 줄인 타수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위성미는 남은 5개홀에서 한결 공격적인홀 공략에 나섰다. 16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꺼져가던 컷 통과의 불씨를 다시 지핀 위성미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염두에 둔 듯 296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뿜어낸 뒤 2온을 노렸고 그린 주변에서 칩샷으로 만들어낸 1m 버디 기회를 살려내 운집한 갤러리들에게 화끈한 팬서비스를 제공했다. 나상욱은 이날 3언더파 67타를 때려 합계 5언더파 135타로 공동17위까지 순위를끌어 올려 '코리언 루키 돌풍'을 예고했다. 11언더파 129타로 선두에 나선 스티브 앨런(호주)에 6타차로 뒤졌지만 올해 PGA투어에 첫발을 내디딘 신인으로서는 주목할만한 성적. "데뷔전에서 컷 통과 정도는 내 목표가 아니다"며 상위권 입상을 노리겠다는당찬 각오를 밝혔던 나상욱은 이로써 데뷔전 '톱10' 입상이라는 '사건'을 예고했다.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나상욱은 첫홀 보기로 출발이 불안했지만 2번홀(파4)버디로 만회했고 5번홀(파4) 보기 역시 9번홀(파5) 버디로 무마했다. 10번홀(파4)에서 1타를 줄인 나상욱은 13번홀(파4) 보기로 답답한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했으나 막판 2개홀에서 3타를 줄이는 맹타로 성큼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17번홀(파3) 버디에 이어 18번홀(파5)에서 회심의 이글을 잡아낸 것. 이날 나상욱은 드라이브샷이 다소 흔들렸지만 단 3차례만 그린을 놓치는 정교한아이언샷을 앞세워 순위를 크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다만 고비 때마다 홀을 비켜간 퍼트 부진이 아쉬웠다. 투어 데뷔 4년차를 맞는 앨런은 이날 8언더파 62타의 맹타를 터트려 해리슨 프레이저(미국)를 1타로 제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유럽투어와 호주투어에서는 우승을 경험했지만 PGA 투어에서는 아직 무관에 머물고 있는 앨런은 보기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를 골라내는 무결점 플레이로 생애첫 승을 바라보게 됐다. 98년 PGA 투어에 뛰어든 이후 1승도 챙기지 못하고 2부투어를 오락가락했던 프레이저 역시 보기없이 7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신들린 플레이를 펼친 끝에 합계 10언더파 130타로 앨런을 1타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어니 엘스(남아공)가 이날 하루에만 6타를 줄이며 합계 9언더파 131타로 3위로 올라서 앨런과 프레이저의 우승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첫날 선두에 올랐던 카를로스 프랑코(파라과이)는 2오버파 72타로 뒷걸음쳐 합계 5언더파 135타로 나상욱과 같은 공동17위로 떨어졌다. 한편 월요예선 1위로 출전권을 잡은 박명준(26.테일러메이드)은 이날도 2오버파72타로 부진, 합계 8오버파 148타로 컷오프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