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프로골프(PGA)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21위를 차지하며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번째로 PGA투어 무대를 밟게 된 나상욱(20.미국명 케빈 나.코오롱)은 주니어 시절 각종 무대를석권했던 기대주. 서울 명지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아버지 나용훈(50)씨와 어머니 정혜원(46)씨,그리고 형 상현(23)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직후 골프채를 잡은 나상욱은 지난 2001년 6월 프로로 전향하기 전까지 미국 아마추어 무대에서 줄잡아 100차례 이상 우승컵을 안았던 '골프 신동'이었다. 12세 때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고 99년과 2000년에는 타이거 우즈가 91년 우승을 차지했던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을 2연패하기도 했다. 나상욱은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고교에 재학하던 2000년 로스앤젤레스시티챔피언십 뿐 아니라 나비스코주니어챔피언십, 핑피닉스챔피언십, 스콧로버트슨챔피언십, 그리고 오렌지볼인터내셔널챔피언십 등을 차례로 제패하면서 미국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2000년 한국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하면서 성인무대를 노크하기 시작한 나상욱은 2001년 PGA 투어 뷰익오픈 월요예선에서 66타를 때리며 대회 출전권을 획득해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당시 49회째를 맞은 뷰익오픈 사상 최연소 출전자였다. 미국 주니어골프랭킹 1위로 오른 나상욱은 스탠퍼드대학 진학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프로로 전향, 미니투어에서 2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PGA 진출을 준비했다.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아시아프로골프(A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2위에 올라 만만치 않은 실력을 국내 팬들에게 선보인 나상욱은 7월 로스앤젤레스에서열린 롱비치오픈에서 우승, 프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나상욱은 지난해 12월 APGA 투어 볼보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라 세계프로골프투어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투어 대회 첫 우승을 따냈고 이를 계기로 A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대회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APGA 투어 2002년 신인왕을 수상한 나상욱은 올해도 EPGA 두바이클래식 공동6위,볼보PGA챔피언십 공동14위, 그리고 한국오픈 공동9위 등 꾸준한 성적을 내왔다. 181㎝, 75㎏의 나상욱은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갖춘데다 타이거 우즈의스승 부치 하먼이 "흠 잡을데가 없다"고 탄복할만큼 깔끔한 스윙폼이 돋보인다. 하먼은 주로 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만 지도해왔지만 4년전부터 나상욱을 주니어 선수로는 단 2명 뿐인 수제자로 받아들여 가능성을 인정했다. 특히 나상욱은 경기에서 남에게 뒤지는 것을 싫어하는 강인한 승부 근성이 남다르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평가다. 한편 나상욱은 비교적 넉넉한 가정 환경 속에 미국에서도 엘리트 코스만을 밟으며 골프 선수로 성장, 한국인 1호 PGA 투어 선수인 최경주와는 판이한 인생 경로를걸어온 선수. 육사 출신인 할아버지 나공성씨는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아버지 나용훈씨도 한국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등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미국 서부지부 이사를 맡고 있는 나용훈씨는 아들 나상욱의코치와 캐디 역할을 도맡아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또 어머니 정혜원씨는 한국 독일문학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정경석 전 연세대 교수의 딸로 한때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다. 특히 나상욱의 작은 할아버지 나공묵씨는 코오롱유화 사장과 코오롱 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뒤 현재 코오롱 그룹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아버지 나용훈씨도 한때 코오롱 계열사에 근무했던 전력이 있어 주니어 시절부터 코오롱으로부터 용품 지원을 받아왔고 올해초 4년간 70만달러에 전속 계약을 맺는 계기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