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독일과의 1차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왼쪽 윙백 박주성(19.수원)이 자신을 다치게 만든 독일선수와 훈훈한 우정을 나눠 선수촌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전에서 전반 26분 박주성을 넘어지게 한 장본인은 전차군단이 자랑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제바스티안 크나이슬(20.첼시). 크나이슬은 박주성에게 거친 태클을 가해 곧바로 경고를 받았고 박주성은 발목이 삐긋하는 염좌로 진단을 받아 남은 조별리그 2경기 출전이 어려워졌다. 크나이슬은 한국과의 경기 이후 F조와 A조에 속한 선수단의 공동 숙소로 쓰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군 장교 클럽 식당에서 걸음이 불편한 박주성을 볼때마다 얼른 뛰어와 알아듣지 못할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무언가를 한참 설명했다고 한다. 클러치(목발)를 짚은 박주성에게 크나이슬은 영어로 `sorry'를 연발하며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다독이는가 하면 식당을 오갈때 곁에서 부축까지 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미안한 감정을 표시했다고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전했다. 박주성은 처음에는 `이 선수가 왜 이러나'라며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이 부상으로 남은 조별리그에 뛰지 못하게 된 상태를 보고 크나이슬이 어쩔 줄 몰라 3차례나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주성은 "크나이슬이 처음 다가왔을 때는 경계심이 있었지만 이제 마음으로라도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국 축구를 이끌어갈 20살 안팎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격전의 아픔을 뒤로 한 애틋한 우정이 싹튼 셈이다. 한편 박주성과 함께 왼쪽 날개 이호진(성균관대)은 MRI 검진 결과 뼈에 이상은 없지만 왼쪽 무릎 인대가 손상돼 16강 이후 경기 출전을 기약하게 됐다고 팀 주치의 김한성 박사가 전했다. (아부다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