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양 날개의 화려한 비상." 박성화호 좌우 날개 이호진(20.성균관대)과 이종민(20.수원)이 약속이나 한듯동시에 날아올랐다.

"한국의 행진이 이제 시작됐을 뿐입니다.
감독님이 저에게 기회를 주셨고 그 기회에 보답해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
3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과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한국축구의침체를 씻는 `새벽 낭보'를 맨 먼저 전한 이호진은 선취골을 작렬하면서 당한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가서도 특유의 강단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호진은 박성화 감독이 처음부터 점찍었던 `날개 카드'는 아니었다.

이달 초 최종 리허설로 치른 수원컵 4개국 초청대회에서 왼쪽 날개형 미드필더는 형제선수 남궁웅(수원)의 몫이었고 이호진은 작은 부상도 있었지만 부름을 받지못해 주로 벤치를 지키거나 오른쪽 윙백으로 나서야 했다.

타고난 발 재간과 스피드, 센스를 보유했지만 지나치게 볼을 끌고 다니고 조직적인 협력 플레이에 약하다는 단점 때문. 박 감독은 당초에는 이호진을 윙백으로 내보낼 생각도 있었으나 포백 수비의 조직력을 고려해 원래 포지션인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찾아주자며 포지션을 바꿔 배치시켰고 변화된 용병술은 기막히게 적중했다.

박 감독은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호진이는 세밀한 면은 떨어지지만 힘과 파이팅이 넘친다.
왼쪽 날개로 내보내 맘껏 헤집고 다니도록 해볼 작정"이라고 말했었다.

박 감독의 주문대로 이호진은 전반부터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고 결국 후반 6분 독일 수비수의 빗맞은 백헤딩 패스로 굴러온 볼이골키퍼와 자신의 중간 지점으로 굴러가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 들어가 사정없이네트를 흔들었다.

왼쪽 허벅지 근육 인대가 늘어나 남은 조별리그 2경기는 출전이 불투명해진 이호진은 "16강에 올라가면 팀의 4강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후반 25분 독일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는 한국의 두번째 골을 뿜어낸 오른쪽 날개 이종민도 지난달 초 첫 소집 때까지만 해도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선수. 제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호진과 달리 이종민은 오히려 과감하고 투지넘치는 플레이가 부족한 게 흠으로 지적돼왔고 기가 많이 죽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작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에는 김동현(오이타)과 함께 일등공신 역할을했지만 그 이후로는 실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잔뜩 움추렸던 이종민은 이날 한방으로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서귀포고 출신으로 제주 조랑말을 연상시키는 아담한 체구(175㎝, 67㎏)에 100m를 11초8에 주파하는 준족으로 `쌕쌕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종민은 박 감독으로부터 `하고싶은 대로 하라'는 주문을 듣고 자신감있게 그라운드에 나섰다면서 "앞으로는 골을 넣기 보다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고 겸손해했다.

(아부다비=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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