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10:26
수정2006.04.04 10:28
'확실한 해결사가 아쉽다.'
움베르트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긋지긋한 골 결정력 난조에 또 한번 고개를 떨궜다.
'오만 쇼크'로 위기에 몰렸던 '코엘류호'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A매치에서 수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도 끝내 상대의 골문을 열어 젖히지 못해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최전방 '태극전사'들은 고약한 마술에 걸린 듯 했다.
상대 수비라인을 휘저은 박지성(에인트호벤)을 필두로 쉴새없이 불가리아의 골문을 공략했지만 볼은 야속하게 골네트를 흔드는데 실패했다.
전반 17분 골키퍼 즈드라브코프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골 사냥에 실패한 박지성은 3분 뒤 안정환의 스루패스를 받아 다시 즈드라브코프와 맞섰으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29분에는 김도훈의 슛이 빗나갔고 후반 26분에는 안정환의 천금같은 찬스를 잡으나 대포알같은 슈팅은 크로스바를 퉁기고 나오는 등 전.후반 모두 15차례의 슈팅이 무위에 그쳤던 것. 불가리아가 6차례 슈팅만 날리고도 1골을 뽑아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골 결정력 부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질병이 됐다는 데 있다.
'코엘류호'는 지금까지 치른 12번의 A매치 중 약체와 상대한 아시안컵 예선을 제외한 6경기에서 단 1골만 수확하는 데 그쳤다.
코엘류 감독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K리그 득점왕인 김도훈(성남)과 안정환(시미즈), 최용수(이치하라) 등 가용 자원을 풀가동했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코엘류호'가 골 가뭄을 해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좌초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전반만 놓고 보면 투톱의 파괴력이 약했다"고 지적했고,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박지성이 잡은 찬스를 살렸다면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차범근 MBC 해설위원은 "찬스가 여러번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마무리가 안됐다.
수비에서 빨리 공격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코엘류 감독이 꺼내든 스리백도 불안했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상철(요코하마)은 그런대로 '리베로'를 임무를 잘 소화했지만 이상헌(안양)과 박재홍(전북)은 기존 월드컵 멤버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위기 때 허둥대기도 했던 것. 물론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었던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던 김태영(전남)과 최진철(전북) 등 '터줏대감'이 합류하면 견고한 스리백 수비라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허리에서 패스타이밍이 늦어 볼을 차단당하는 바람에 역습을 허용하거나 패스와 센터링이 정교하지 못했던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