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으로 인해 국내 골프클럽 유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당사자인 클럽 수입업체들뿐 아니라,소비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골프클럽 병행수입제도는 지난 95년 도입돼 올해로 만 8년이 됐다. 외국제품에 대해 공식 수입권자 이외에 누구라도 수입할 수 있는 제도로,특정업체의 독과점을 막고 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병행수입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병폐만 더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상적 시장구조를 왜곡시킨다는 것. 올들어 9월까지 국내 골프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정도 감소했다. 경기침체 여파다. 그러나 같은 기간 클럽수입액은 약 20% 늘어났다. 클럽수입액은 작년 1∼9월에 8천5백만달러어치였던 것이 올해 같은 기간엔 1억4백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은 줄었는데,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입액은 늘어났다는 말은 그만큼 병행수입이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병행수입이라도 정상적 경로를 통해 들여온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밀수나 이른바 '언더밸류(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식 수입원가보다 싸게 신고해 통관하며 그에 따라 제품을 비정상적으로 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거나 무자료 거래를 일삼음으로써 유통질서를 흐리는 행위)'로 들여온 제품도 병행수입이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밀수의 폐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언더밸류는 낮게 신고한 금액만큼을 언젠가는 외국 메이커에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화 밀반출같은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병행수입의 두번째 폐해는 골프클럽에 대해 골퍼들이 갖고 있던 신뢰감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 골퍼가 유명브랜드인 A클럽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2백만원에 구입했는데 다른 골퍼가 병행수입된 A클럽을 1백60만원에 구입했다고 하자.두 사람은 똑같은 클럽을 구입하고도 다른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물론 클럽의 무게나 샤프트강도 그립두께 스윙웨이트 등 제반 사양이 다르지만 겉으로만 볼 때는 다같이 A브랜드임에 틀림없다. 이 상황에서 2백만원에 구입한 골퍼가 A브랜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리 만무하다. 셋째는 애프터 서비스의 부실이다. 골프클럽은 사용하다보면 샤프트가 부러지거나 헤드가 떨어져나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 경우 정상적 경로로 수입된 제품은 국내 수입권자가 대부분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준다. 그러나 똑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병행수입품에 대해서는 수입권자가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의무가 없다. 캘러웨이 클럽의 경우 필요경비를 받고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있지만,모든 수입권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병행수입품은 정상적 사용과정에서 클럽이 손상되더라도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데 돈을 지불해야 하며,경우에 따라서는 애프터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하는 수도 있다. 넷째 병행수입품은 한국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제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에서 들여온 클럽은 미국인의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국골퍼가 쓰기에는 무겁거나 샤프트가 강한 경우가 많다. 클럽을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사람을 클럽에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그런 클럽으로 좋은 스코어를 낼 리 만무하다. 병행수입에 의한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골퍼들의 의식전환이다. 시장에서 제가격의 정품을 구입하고 병행수입품을 멀리하면 된다. 몇 십만원 절약하려다가 골프도 망가뜨리도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품을 구입할 수 있는가. 정품에는 '시리얼 넘버'와 품질보증서가 붙어있다. 또 구입처에서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히 해준다고 보장한다. 그 반면 병행수입품은 일단 가격이 듣던 것보다 싼 편이다. 또 클럽이 외국인 체형에 맞게 제작돼 무겁고 샤프트가 강한 편이다. 구입처에 물어보면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골프장근처 대로변에서 파는 클럽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