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여부를 놓고 올 시즌 초부터 시끄러웠던 프로축구단 부천 SK가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매각을 선언했다. 부천 SK의 강성길 단장은 31일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최근 경영사정 악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면서 "뼈를 깎는 아픔으로 프로축구단을 조기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천 SK의 모기업인 ㈜SK는 지난 30일 오후 사업부장들이 긴급 회동해 구조조정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프로축구단을 매각키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단장은 "구단을 조기에 매각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올해 매각이 안될 경우 내년 시즌에도 당분간 우리가 팀을 운영한다는 기본 입장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구단은 1년 예산이 100억원대가 넘지만 부천은 80억원으로 간신히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면서 "해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선수들의 몸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기업인 ㈜SK가 불법 대선자금 파문에다 강력한 재정압박까지 받고 있어 올해 안에 매각이 안되면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특히 "아직까지 구단을 사겠다고 나선 기업은 없었고 아직 제의한 바도 없었다"면서 "대전 시티즌처럼 시민구단 형식으로 변모하는 게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단장이 제시한 부천 SK의 매각 방안은 ▲부천 연고지를 유지하며 타기업에매각 또는 시민구단으로 변신 ▲연고지를 바꿔 타기업에 매각 ▲ 매각이 안되면 일단 내년 시즌까지 한시적 운영 등 세가지다. 부천 SK 내부에서는 그룹 계열사로 재정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SK텔레콤이 인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SK텔레콤측이 프로축구단 운영에 난색을 표해 무산된것으로 알려졌다. 강 단장은 이날 오후 하재훈 부천 SK 감독 및 선수들과 만나 사측 입장을 설명하고 매각시까지 구단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므로 동요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부천 SK는 일단 올 시즌 남은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뒤 동계훈련도 예정대로 실시하면서 적당한 매수자가 나오길 기다릴 방침이다. 지난 82년 유공코끼리축구단으로 창단한 부천 SK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된 역사를 가진 프로축구단으로 84년 슈퍼리그 전반기에 우승을 했으며 2002년에는 외국인감독을 영입하는 등 프로축구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