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4)이 보스턴의 세찬 개편 바람을 견뎌내고 팀에 잔류할 수 있을까. 올 시즌 숙적 뉴욕 양키스에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가 팀 개편 작업에 돌입하면서 김병현의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이디 리틀 감독을 경질한 보스턴은 31일 팀의 강타자 매니 라미레스를 웨이버 공시하면서 팀 개편 작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포수 제이슨 배리텍, 제2선발 데릭 로우도 같은 시기에 계약기간이 끝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스턴이 계약 만료가 5년이나 남아 있는 간판 타자 라미레스를 웨이버 공시한 것은 팀의 대대적인 개편을 널리 알린 셈이다. 라미레스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타격 2위(타율 0.325.37홈런.104타점)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8월 뉴욕과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목이 아프다며 결장한 뒤 팀 주치의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불성실한 자세 때문에 구단의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하게 김병현도 포스트시즌에 마무리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다관중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욕설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테오엡스타인 단장이 김병현과 결별을 선언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김병현의 무한한 잠재력 때문에 현지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있는 듯 하다. 월드시리즈 진출 실패 후 대다수의 현지 언론들은 김병현에게 비난을 퍼부었지만 지역 일간지 프로비던스 저널은 내년 시즌 `김병현의 선발전환과 다년 계약'을점쳤다. 또한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30일자에서 "스콧 윌리엄스를 내년에도 마무리로 쓸 것인가, 김병현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김병현의 잔류를 전제로 한 기사를 게재했다. 결국 보스턴은 주축 선수들의 이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활용도가 높은 김병현의잔류 여부를 놓고 고민할 전망이다. 한편 김병현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국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현의 아버지 김연수(65)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병현이가 서울에왔다고 30일 전화를 했다"며 "당분간 서울에서 친구들과 지내고 고향 광주에는 나중에 내려 가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